제4화
그녀는 윤지훈의 눈에서 스쳐 지나가는 안타까움을 보았다. 그러나 그 감정은 곧 냉담함으로 바뀌었다.
“서연아,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지.”
조서연은 멍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손목에서 ‘우두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극심한 고통에 온몸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떨렸고 머리에는 식은땀이 쏟아졌다.
그때 문 앞에서 다시 소란이 일었다. 병원 원장이 과장과 함께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와 조서연에게 종이를 던졌다.
“조서연 선생은 심각한 의료 윤리 위반 행위로 인해 의사 면허가 취소되었으며 파면 처리 및 영구 채용 금지 조치가 내려졌음을 통보합니다.”
조서연은 눈앞의 [해고통지서]를 바라보다가 처참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내 눈이 감기며 다시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여전히 병실 안이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 깁스가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전혀 힘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조서연은 당황한 얼굴로 옆에서 지키고 있던 윤지훈을 바라보았다.
“내 손이 왜 이래?”
윤지훈의 눈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
“서연아, 손목이 분쇄 골절됐어. 이제 다시는 수술칼을 잡지 못할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조서연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었다.
윤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손이자 의학계에 발붙이게 해준 손이 이제는 쓸모없게 되었다.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윤지훈은 실의에 빠진 조서연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품에 안았다.
“괜찮아 서연아. 네게는 내가 있잖아. 내가 널 먹여 살릴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서연은 그를 거칠게 밀쳤다.
“네가?”
조서연은 눈물을 흘리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과도를 집어 들었다. 목이 멘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지훈, 당신이 지율이를 납치해서 그 사생아에게 신장을 이식하지만 않았더라도, 나더러 사생아부터 구하라고 협박하지만 않아서 지율이를 구하는 데 늦지만 않았어도...”
“그만해.”
윤지훈은 짜증스럽게 말을 끊었다.
“서연아, 사생아라는 말은 그만해. 지율이랑 민재는 모두 내 아이들이야. 이제 지율이가 없으니 민재가 내 유일한 아이야.”
“네가 지율이 때문에 슬픈 건 알아. 하지만 민재는 죄가 없어. 그런데 네가 어린아이까지 해치려고 해서 지금 같은 꼴을 당하는 거잖아. 자업자득 아니야?”
“자업자득?”
조서연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내가 그때 정신이 나간 거야. 그때 당신에게 시집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조서연은 과도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윤지훈의 가슴을 향해 힘껏 찔렀다.
칼날이 가슴에 박히자 피가 순식간에 흘러나왔다.
윤지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핏발 선 조서연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를 죽이려고?”
두 사람은 말없이 대치했다. 결국 윤지훈이 먼저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그는 피 묻은 과도를 뽑아 들며 말했다.
“지율이 일로 네가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클지 알아. 내가 네 칼에 맞아 준 건 너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윤지훈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화풀이는 이미 했으니 다시는 서희진과 민재를 괴롭히지 마.”
그 말을 들으며 조서연은 멍하니 윤지훈을 바라보았다. 마치 방금 그 칼이 그녀의 가슴에 꽂혀 심장을 짓이겨 놓는 듯했다.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다시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어린아이는 죄가 없었다. 냉정해진 조서연은 어린아이에게 다시 손을 댈 리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윤지훈은 굳은 얼굴로 병실에 들이닥쳤다.
“조서연, 네가 감히 간호사를 매수해서 하민재에게 독을 먹여?”
조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즉각 반박했다.
“난 그런 적 없어!”
“그 간호사가 이미 자백했어. 처음이라 너무 긴장해서 서희진에게 들켜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민재는 이미 네 손에 죽었을지도 몰라.”
윤지훈의 비난과 분노가 담긴 눈빛은 비수처럼 조서연의 심장에 꽂혀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했다.
조서연은 힘없이 변명했다.
“윤지훈, 네 능력이면 충분히 진실을 밝힐 수 있잖아.”
“진실은 이미 명백해. 너 말고는 민재를 해칠 사람이 없어.”
윤지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조서연의 손목을 붙잡고 거칠게 끌고 나갔다.
조서연은 몸부림치며 외쳤다.
“뭐 하려는 거야?”
윤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민재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반성해야지.”
“안 가!”
조서연은 이를 악물었다. 명예는 이미 바닥까지 실추되었다. 여기서 무릎까지 꿇는다면 죄는 더욱 확실해질 것이었다.
“네 마음대로는 안돼.”
윤지훈은 무릎 뒤쪽을 발로 찼고 냉정하게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무릎 꿇려. 내 명령 없이는 일어서지 못하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