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나는 오늘 밤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아마도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모욕하고 싶었던 거겠지. 아니면 돈을 주고 나와 자려고 그랬던 걸까?’
내가 정말로 돈을 받고 그녀와 잤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평생 그녀의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녀 앞에서 남아 있던 마지막 자존심마저도 산산이 부서졌을 테니까.
정말 악랄하기 그지없는 여자였지만 머리도 참 비상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내가 가장 불쾌할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곳을 떠나 병원에 들렀다.
의식이 없는 정시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당한 온갖 모욕도 동생을 보는 순간이면 스르르 사라져 버렸고 나는 그저 정시윤이 하루빨리 눈을 뜨기만을 바랄 뿐이다.
다음 날, 나는 평소처럼 출근했고 이제 퇴사까지 남은 날도 고작 열여덟 일뿐이다.
오늘은 임가을이 또 무슨 수로 나를 모욕하려 드는지 솔직히 궁금하기까지 했다.
임가을은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출근했고 오늘따라 그녀는 더 짙은 화장에 높은 힐을 신고 들어왔다.
게다가 곁에는 주오성까지 따라붙어 있었고 나는 그런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임태경은 이미 분명히 주오성의 계약에 문제가 있고 자기가 속았다고 말했고 이쯤 되면 임가을도 알아차릴 법도 한데 정말 답이 없는 것 같았다.
주오성은 나를 보더니 얼굴이 확 굳었고 눈빛도 싸늘하게 변했다.
아마도 그는 계약이 틀어진 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난 솔직히 이런 그가 신경 쓸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주씨 가문은 곧 망할 거고 주오성은 여자한테 얹혀살 생각밖에 모르는 한심한 인간이니 난 두려울 게 전혀 없었다.
“어이, 정 실장님, 설마 여기 복도에서 업무를 보는 건가요?”
주오성이 일부러 비웃는 투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상대도 하지 마. 쟤는 그냥 시종일 뿐이잖아.”
임가을은 바로 욕을 하면서 주오성을 끌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 가버렸다.
나는 그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아니었으면 둘이서 또 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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