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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임가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봤고 그녀의 표정에는 짜증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나는 시선을 멀리 두며 조용히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어떤 귀빈이 만약 누군가가 만졌던 디저트를 받게 된다면 임씨 가문이 손님 대접을 소홀히 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괜히 그 사람 마음 상하게 했다가 회장님까지 곤란해지면 책임은 누가 질 건데.” 내 말을 듣자 임가을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노기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한마디 조언일 뿐이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해.” 임가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씩씩거렸다. “좋아. 넌... 오늘 내 눈에 제대로 찍혔어. 두고 봐!” 임가을은 쏘아붙이듯 말하고는 그대로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여섯 시 반이었다. 이제 딱 30분만 더 지나면 나는 이곳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임가을이든 뭐든 이제 정말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때 갑자기 연회장 불이 꺼지더니 회전 계단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켜졌다. 임가을은 1억 원짜리 고급 드레스를 입고 드레스 자락을 곱게 잡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정교한 메이크업에 올려 묶은 머리에 살짝 올라간 입꼬리만 보면 이 순간만큼은 확실히 재벌가 딸처럼 기품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화려함은 겉모습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파티장 안에서는 임가을을 향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주오성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녀만 바라봤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주오성은 마치 발정 난 강아지마냥 한심해 보일 뿐이었다. “와, 가을아... 진짜 너무 예쁘다!” 주변에서도 맞장구를 쳤고 임가을은 그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며 고상한 척 가볍게 인사했다. “오늘 제 생일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큰 영광입니다.” 그러고는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내밀었다. “자, 선물 준비하신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나와 주세요. 여러분의 정성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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