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나한테 시비를 걸겠다고? 그것도 이런 식으로, 보디가드 대여섯 명만 데리고 와서?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임가을 네가 이제 좀 컸구나. 그래, 아주 대단해.” 나는 비웃음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어디 한번 네가 나한테 무슨 수로 복수할 건지 들어보자.” 임가을은 자신이 완전히 나를 제압했다고 생각하는지, 두 팔을 가슴에 끼고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이 나를 내려다봤다. “첫 번째, 당장 나랑 같이 집에 돌아가. 예전처럼 내 개처럼 굴어. 두 번째,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앞에 무릎 꿇고 이 여자 뺨을 한 대 때려. 사과도 하고.” 한다정은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귀찮다는 듯이 고개만 툭툭 저었을 뿐, 임가을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쩌면 한다정 눈에는 저런 애가 뭐가 무섭고 뭐가 얄밉겠냐는 듯, 마치 어린애가 떼쓰는 걸 보는 것 같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히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가 만약 네 말대로 안 하면?” “안 하면?” 임가을은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오늘 여기서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나는 오히려 차분하게 내 다리를 슬쩍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 그럼 부러뜨려봐.” 3년 동안 난 임가을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봐왔다. 겉으로는 어설프게 세 보이지만 실상은 그런 깡도 없다는 걸 나만큼 아는 사람도 없을 거다. 진짜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쓸데없는 잔소리 대신 이미 내 다리를 부러뜨렸겠지. 어차피 오늘 이런 식으로 나를 위협해도 진짜로 때릴 생각은 없다는 걸 나도 심지어 임가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 괜히 여기서 사고 치면 자기도 곤란해질 테니까. 무엇보다 정말로 나한테 손을 댔다가는 내가 순순히 다시 따라갈 리 없다는 것도 잘 알 거다. 만에 하나 일이 커지면 임태경한테까지 전부 알려질 테니까. 역시나, 임가을은 멋쩍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너... 너 설마 내가 못 할 줄 알아서 이러는 거야?” 솔직히 임가을은 보디가드 몇 명만 믿고 으스대는 온실 속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