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그때는 비가 자주 내려서 공기가 습하기만 했어요. 아빠의 다리도 그때부터 안 좋았죠. 걱정되어서 내가 대신 유 회장님 마중 가겠다고 했는데 아빠는 거절하셨어요. 아빠가 떠날 때 마음이 이상하게도 불안했었죠.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요.”
강다윤의 눈가가 금세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유하진 씨, 제발 말해줘요. 그날 대체 왜... 임지영이 우리 아빠를 불러내야 했던 거죠? 그리고 유하진 씨는 왜 그 짓을 모른 척 넘어갔는데요. 왜!”
강다윤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병원에서 딱 한 번 울었던 그녀는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지금 이 순간 전부 터뜨렸다. 유하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입술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임지영이 차가 흔들리는 걸 보고 그녀와 자신이 안에서 다정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줄로 알고 질투에 휩싸여 그녀의 아버지를 괴롭혔다고? 아니면 그가 그녀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임지영의 잔인한 짓을 알고도 그냥 두었다고?
유하진은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알고 있었던지라 회사를 잃는 것도,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으로 오로지 강다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빛을 보자 그조차 잔인하게 느껴졌다.
죽은 사람은 무슨 수를 써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무 상자를 강다윤 앞으로 내밀었다. 그 상자 속 물건들이 그녀에게 알려주길 바랐다. 그녀는 분명히 사랑받고 자랐다고.
강다윤은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
겨우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을 때 다시 사무실에서 차갑게 일만 하던 그 대표님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유하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내 다소 쉬어버린 강다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그 방에는 옛날의 비겁하고 나약하기만 했던 내가 있거든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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