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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눈을 떴을 때 강다윤은 유하진의 비웃음 가득한 눈을 보게 되었다. “강다윤, 꽤 머리가 잘 돌아가네. 이런 얕은수까지 써서 나를 네 곁에 묶어두려고? 하지만 분명하게 말해두지. 난 그런 수에 절대 넘어가지 않아!” “넌 3년 동안 날 돌봤고 우리 가문에서는 3년 동안 네 그 쓸모없는 아버지를 먹여 살렸어. 충분히 공평하잖아. 그러니까 네 것이 아닌 것에 자꾸 탐내지 마.” 그 말을 남기고 그는 강다윤의 창백한 얼굴과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을 무시한 채 등을 돌려 떠났다. 유하진이 나가자마자 이번에는 이정미가 들이닥쳤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멀쩡히 누워 있는 강다윤을 보더니 다짜고짜 손바닥이 날아왔다. “이년아, 하진이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만 이런 소란을 일으켜? 뭐야, 우리 하진이 없으면 죽기라도 하겠다는 거니? 하, 자작극이라니. 그 머리도 용케 이런 짓을 생각해냈구나.” 술병에 맞아 뇌진탕이 온 데다 뺨까지 얻어맞은 강다윤은 정신이 아득했다. 이정미가 침대 위로 던진 핸드폰 화면에는 그녀가 유하진을 대신해 술병을 맞고 쓰러지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사랑을 위해 몸을 던진 아내, 이혼설 일축...] 이런 제목이 붙어있었지만 댓글은 차갑기만 했다. 다들 이 모든 것이 강다윤이 짠 자작극이다, 맞았던 남자가 이 일만 잘 해결하면 나중에 자기가 6억을 나눠주겠다고 이실직고했다는 둥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정미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높이 들었다. “기회를 준 건 나야. 그런데 그 기회를 못 잡은 건 네가 무능한 거지 내 잘못은 없어. 지금 당장 핸드폰으로 입장문 올려 다 솔직하게 밝혀.” 강다윤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가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사모님 말씀대로 입장문을 올리면... 저랑 아버지, 지금이라도 놓아주실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이정미는 다시 한번 코웃음을 쳤다. “강다윤, 넌 도대체 무슨 망상을 하는 거니? 석 달, 내가 석 달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루, 1분 1초라도 줄지 않으니까 그런 헛꿈은 깨!” 강다윤은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글을 작성하여 보여주었다. 그녀의 담담한 얼굴을 본 이정미는 흡족하게 웃었다. “강다윤, 가끔은 네 그 똑똑한 머리가 마음에 들 때도 있어. 하지만 어쩌겠니. 네 출신이 천해도 너무 천하잖아. 이 세상은 결국 집안 배경이 전부야.”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서던 이정미는 마주 오던 강명훈과 부딪쳤다. 드물게 그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강 기사, 정말 훌륭한 딸을 두었네요.” 이정미가 떠난 뒤 강명훈은 붉어진 눈으로 물었다. “괜찮니, 다윤아?” 강다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말하려다가 무릎을 두드리며 얼굴을 찌푸리는 아버지를 보고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3년 전 유하진이 실명 사실을 알고 분노에 휩싸였을 때 그는 강명훈에게 사고 상대였던 친구를 찾으러 가자고 명령했다. 그러나 가는 길에 돌연 발작을 일으켜 핸들을 빼앗으려 했다. 강명훈은 그를 지키려 오른쪽으로 급히 꺾었고 결국 강명훈의 다리가 차량에 끼이고 말았다. 너무 오랫동안 압박된 탓에 영구 손상이 생겨 절뚝거리게 되었고, 오래 걷지도, 찬바람이나 습기에도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 강명훈은 사직서를 냈지만 유호준이 바로 거절했다. “아직 젊으신데 여기서 나가면 뭘 하시겠습니까? 사직서는 못 받은 거로 할 테니 제가 강 기사님과 다윤이를 보살피겠습니다.” 강명훈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를 표했다. 유호준은 약속을 지켰고 그에게 쉬운 일만 맡겼다. 유씨 가문 전체에서 유호준 외에는 아무도 그를 부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비가 내리던 밤, 이정미가 강명훈에게 딸을 술집에 데려가라고 한 건 그들을 향한 경고였다. 이정미는 유씨 가문의 안주인이었던지라 태생부터 모든 일꾼을 지배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강다윤은 입술을 짓이겼다. 이런 나날을 앞으로 석 달이나 더 견뎌야 하니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강다윤은 떠날 생각조차 없었다. 유하진이 만들어준 그 진창 속에 평생 묻혀 살 거라 믿었다. 그래서 그저 모든 걸 받아들였다. 하지만 약혼식에서 드러난 유하진의 노골적인 혐오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희망을 줬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싫어한다면 분명 가장 먼저 내쫓을 거라고. 심지어 이정미도 말했다. 석 달만 지나면 그 집안을 영원히 떠날 수 있다고. 그러나 그녀는 몰랐다.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게...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가만히 있다간 끝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얼른 자신과 아버지를 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만 강다윤은 그 전환점이 이렇게나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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