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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유하진의 첫사랑 임지영이 귀국했다. 당시 유하진이 친구들과 폭주를 하다가 사고를 낸 것도 바로 임지영이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고 해외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 충동적인 질주로 그는 3년 동안 앞을 보지 못했다. 남들은 몰라도 강다윤은 알고 있었다. 유하진 마음속에는 여전히 임지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수없이 고열에 시달리며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마다 그가 중얼거린 이름은 언제나 임지영이었다. 그래서 임지영의 귀국 환영 파티가 끝난 뒤 유하진이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을 때 강다윤은 일부러 자신의 목덜미에 키스 자국을 만들어놓고 출발했다. 차에서 내리자 그녀는 임지영의 집 벽 앞에서 유하진이 그녀를 벽에 밀어붙인 채 귓불을 건드리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임지영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임지영이 눈을 감으려는 순간 강다윤이 눈치 없이 다가가 약간 취한 유하진의 팔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집에 가요.” 유하진은 고개를 돌려 강다윤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순순히 그녀의 머리 위에 턱을 얹었다. 어딘가 장난스러운 태도로 말이다. “드디어 왔네.” 강다윤은 임지영의 두 눈에 담긴 분노를 모른 척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뒤로 넘긴 머리칼을 한쪽으로 밀자 매끄러운 목덜미 위로 뚜렷한 자국이 드러났다. 임지영의 동공이 순간 흔들리고 말았다. 그 흔적이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쳤고 분노로 이를 빠득 간 채 강다윤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이 차 안으로 사라지고 차가 요동치자 임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차 안에서는 유하진의 손이 강다윤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녀의 몸이 문에 부딪히며 입안 가득 피 맛이 퍼졌다. “강다윤, 누가 너더러 머리를 쓰라고 했어! 너 때문에 내가 더 멍청해 보이잖아!” 그는 그녀의 입가에 피가 번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가죽 시트에 몸을 기대며 그녀의 목에 남은 자국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지영이는 질투심이 강해. 그러니까 알아서 잘 버텨봐. 난 네 편 절대 안 들어줄 거니까.” 강다윤은 피를 삼키며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내가 도와줄게요. 임지영 씨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게요... 대신 나랑 우리 아빠를 놓아주세요.” 유하진은 비웃음을 흘리며 마치 미친 사람이라도 본 듯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강다윤, 넌 내 비밀을 알아도 너무 많이 아는데 내가 널 쉽게 놓아줄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나중에 결혼해도 너랑 네 쓸모없는 아버지를 잘 먹여 살릴 테니까.” 잠시 후 유하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그는 느긋하게 눈썹을 올렸다. “그래, 알았어.” 유하진은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 지시하고 강다윤을 내리게 한 뒤 곧장 차를 돌려 떠났다. 달빛에 의지해 길을 걸어가던 강다윤의 머릿속에 10년 전의 유하진이 떠올랐다.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집안 좋고, 밝고 친절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그 소년. 그를 싫어하는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가 유독 아꼈던 건 언제나 그림자처럼 졸졸 뒤따르던 강다윤이었다. 기억 속 순수했던 소년의 얼굴이 점차 흐려지고 강다윤은 미간을 구겼다. 유하진이 이토록 변한 건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 나지 않았다. 아마 모두가 알게 된 건 그때부터일 것이다. 유하진의 어머니, 그러니까 이정미가 불륜녀에서 유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에 올라서게 된 사실을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하진은 혼외자식이었다. 그 일은 유하진에게 큰 상처였고 몇 년 동안 그는 모든 사람의 호의를 거부했다. 겨우 회복되었을 때에는 이미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폭력적이고, 쌀쌀맞고, 예의도 없으며 세상을 무시하는 듯한 남자. 그러고 나서 그는 임지영을 사랑하게 되었고 한때 소중히 여겼던 강다윤은 철저하게 잊혔다. ... 강다윤이 걸어서 유씨 가문 대문 앞에 다다르자 강명훈이 차를 몰고 나가려는 모습이 보여 서둘러 다가가 그를 막았다. “아빠, 요즘 다리 상태도 안 좋은데 운전은 무리예요. 유 회장님은 어디 계세요? 제가 가서 모셔올게요.” 강명훈은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다. 천천히 가면 돼. 다른 기사님들은 바쁘다고 하더구나. 마침 내가 한가하니 모시러 가는 거야.” 강다윤이 더 말하려 하자 강명훈이 손을 내저었다. “금방 다녀올게. 너도 얼른 들어가라.” 강다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천천히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불안이 가슴을 옥죄었다. 그날 밤 강다윤은 악몽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무의식적으로 아버지 방으로 갔지만 텅 비어 있었다. 출발한 지 이미 네 시간이나 지나 있었는데 말이다. 걱정된 강다윤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째 통화 끝에야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강다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자 보호자분 되시죠? 환자가 교통사고 심각하게 당하셨어요. 지금 해영대병원에서 응급 수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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