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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유하진이 강다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누군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좋은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문득 생각났는데, 어렸을 때 강다윤은 꽤 귀여웠잖아. 우리 득실득실한 남자들과 비교하면 정말 얌전한 천사 같았지.” 그러자 다른 사람이 웃으며 말을 보탰다. “그때 누군가 아이스크림으로 장난쳐서 강다윤이 자기 꼬마 부하처럼 만들려고 했던 게 기억이 나. 강다윤이 그 아이스크림을 보고서 군침을 삼키면서도 진지하게 말했었잖아. 아이스크림 안 좋아한다고, 평생 하진이 오빠만 졸졸 따라다닐 거라고.” “푸흡.” 그들의 말에 유하진도 따라 웃었다.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막 떠오른 강다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외에도 유하진은 실명했던 그 3년을 떠올렸다. 그 시절의 유하진은 변덕스럽고 화를 잘 내며 모두의 접근을 거부했다. 오로지 강다윤의 몸에서 풍기는 시원하고 상큼한 향기만 맡으면 잠깐의 평화를 얻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아주 짧았다. 그가 화를 낼 때마다 첫 번째로 상처받는 이는 강다윤이었다. 그녀가 그의 주먹에 비명을 지르고 그의 품 아래서 흐느낄 때 그는 전례 없는 쾌감을 느꼈다. 유하진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보상하려고 애썼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아내로 맞아 잘 보살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늘도 그의 진심을 알게 된 것인지 운 좋게도 그는 다시 시력을 회복했다. 어둡기만 하던 삶에서 다시 빛을 찾은 뒤 그는 그동안의 상실을 달래기 위해 한동안 실컷 놀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기간 계속 강다윤을 외면했다. 하지만 강다윤과 진심으로 헤어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약혼을 잠깐 뒤로 미루고 놀 만큼 논 뒤 다시 그녀와 결혼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강명훈이 사고로 떠났으니 강다윤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이제 그뿐이었다... 어릴 적 함께 자랐던 정 때문에라도 그는 강다윤이 계속 상처받게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강다윤이 임지영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면 바로 어머니에게 마음이 변했다고 말하리라 결심했다. 강다윤이 유씨 가문을 떠나는 걸 원치 않으니 다시 결혼을 진행해 그녀를 반드시 아내로 맞겠다고. 강다윤이 삐진 듯 볼을 잔뜩 부풀린 모습을 떠오른 그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들어 강다윤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바로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유하진은 웃음을 거두고 그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 “지금 당장 돌아와!” 잠시 후 유원 그룹 최상층. 퍽! 유호준은 힘을 실어 유하진의 뺨을 한 대 내리쳤다. “다윤이는 내가 어릴 때부터 지켜본 아이야. 너랑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아이인데, 사이좋게 웃으면서 지내면 안 되겠니?” “난 그 3년이 너희 둘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 줄 알았다. 다윤이는 네가 실명해도 옆에 있어 준 아이야. 그런데 너와 네 어머니가 어떤 짓을 했는지 아니? 너희는 다윤이를 모욕한 것도 모자라 간접적으로 다윤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았어.” “아버지,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임지영이 그런 거예요.” 유하진은 사무실에 들어온 뒤로 처음으로 한마디 하자 또 한 대를 맞았다. “아직도 헛소리야! 그 일이 너와 연관 없을 리가 없지 않으냐!” 유하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은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했고 그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결국 이 말은 오로지 그의 친아버지에게서만 나올 수 있었다. “아버지, 아저씨 장례식만 끝나면 전 다윤이랑 결혼할 거예요! 이제야 제 마음을 알았거든요. 전 다윤이 없이는 못 살아요.” 그 말에 유호준은 멈칫하더니 오히려 안도한 미소를 지었다. “다윤이는 착한 아이야. 네 곁에서 널 지켜보고 보살펴주는 게 안심이 되더구나. 내일 강 기사의 장례식이야. 다윤이도 참석할 테니까 잘해. 어떻게든 다윤이 마음을 되돌려. 지금은 가족을 잃었으니까 넌 다윤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더 이상 괴롭히는 건 내가 용납 안 하고 앞으로 네게 기회는 없을 거야.” 유하진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지나쳤으면 이런 일에 무심하던 아버지마저 강다윤이 그에게서 상처를 받은 걸 알아차렸겠는가. 하지만 그다음 순간 유호준이 말했다. “며칠 전에 다윤이가 나한테 유학 보내 달라고 부탁하더구나. 더 이상 널 보고 싶지 않다고. 하진아, 내일이 네게 남은 유일한 기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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