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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다윤이 아버지 강명훈의 유골함을 들고 떠나려던 순간 직원이 허둥지둥 달려와 검은빛의 골드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유하진 님이 직접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강다윤 님이 오기 전에 잠시 기다리셨다가 급한 일이 생겨 먼저 떠나셨고 이 골드 카드에 적힌 클럽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카드는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증이라고 하셨습니다.” 강다윤은 아무 표정 없이 그 카드를 받아 들더니 장례식장 문을 나서며 그것을 무심하게 무성한 잡초더미 속으로 던져버렸다. 카드가 그 풀숲에 파묻히는 순간 강다윤의 핸드폰으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클릭해 보니 그녀의 이름으로 예약된 비행기 표였다. 한편 블랙이라는 클럽 안, 유하진은 산만하게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지만 정신은 한참 딴 데 팔려 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의 술잔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번 자리는 강다윤을 위해 마련한 자리잖아. 이따가 임지영이 제대로 사과하면 그걸로 퉁 치는 거지 뭐.”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 “그래. 지영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강다윤이 계속 물고 늘어지면 그건 걔가 속 좁은 거지.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유하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려 그들은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 유하진은 시선을 거두며 시계를 확인했다. 장례식장 직원이 강다윤이 분명 그 출입 카드를 받았다고 알린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지만 강다윤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채팅창을 열어보았다. 강다윤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는 며칠 전이었다. 유하진은 눈을 내리깔고 핸드폰을 옆으로 휙 던졌다. 씁쓸한 감정이 밀려와 픽 웃음을 터뜨렸다. ‘화가 났으면 찾아와 따지면 되잖아. 그런데 이렇게 말 한마디 없이 잠수타는 건 결국 내가 먼저 달래주길 바란다는 뜻이겠지.' ‘유씨 가문의 아들인 내가 고작 운전기사의 딸 앞에서 고개를 숙일 것 같아? 어처구니가 없네.' 그는 이내 고개를 들어 출입구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임지영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그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걸 본 사람들은 다들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임지영을 불러냈다. 임지영은 오늘 사람들 앞에서 강다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유하진의 분노를 사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녀는 진심으로 유하진을 좋아했으니까. “강다윤, 너 따위가 뭔데 날 기다리게 하는 거지?” 말이 끝나자마자 유하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의 아버지를 죽여놓고, 지금 그딴 소리가 나와?” 임지영의 얼굴이 벌게졌다. “걔 아빠가 몸이 안 좋은 게 내 탓이야? 하, 씨X. 하필 재수 없게 그날...” 유하진이 싸늘한 눈빛으로 보자 임지영은 억울해도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누군가 황급히 중재했다. “그만 좀 해. 강다윤 같은 듣보잡 때문에 우리 분위기 망칠 필요 있냐?” 다른 이들도 덩달아 맞장구쳤지만 유하진은 냉소를 흘렸다. “너희가 그렇게 깔보는 강다윤, 그 여자 내 명목상 약혼녀야. 애완견을 훈계해도 주인 허락을 받고 해야 하는 거라고.” 사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그가 강다윤을 감싸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굳게 다문 입 하나로 그의 기분이 지금 최악이라는 건 충분히 전해졌던지라 모두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유하진은 다시 문 쪽을 바라보았다. 곧 강다윤이 들어와 늘 잘난 척하던 임지영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고 자신에 대한 원망도 덜어질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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