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전부 내 잘못이야... 널 속이는 게 아니었는데... 세희야, 제발... 날 용서해 줘.”
백도원의 말투는 한없이 비굴했다.
그러나 한세희는 단호하기만 했다. 그녀는 파문이 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얼굴로 주머니에서 울퉁불퉁한 은반지를 꺼내 그의 앞에 던졌다.
“!”
그 반지를 본 백도원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 반지는 제가 이도원과 함께 만든 겁니다. 이도원은 진작에 잃어버렸겠죠. 그러니 저도 이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백도원은 허겁지겁 바닥에 쪼그려 앉으며 반지를 주우려 했지만, 지나가던 행인이 마침 그 반지를 발로 차버렸다.
그는 사람들을 밀치며 계속해서 반지를 찾으려 애썼다.
겨우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순간, 반지는 틈 사이로 굴러떨어져 하수구 속으로 사라졌다.
그와 한세희의 관계처럼 더러운 결말이었다.
한세희는 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무정하게 돌아서서 쇼핑한 물건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한병철이 몰락해 가는 회사를 살리겠다며 최지영을 한참 나이 많은 사업가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 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마지막 몸부림조차 허망하게 무너졌다.
돈은 물처럼 새어 나갔고, 그 어떤 희망도 남지 않았다.
한편, 백씨 일가의 상황도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다.
비록 한씨 가문만큼 절망적이진 않았다 해도, 백도원을 제외한 모든 이사진이 그가 후계자가 되는 것을 완강히 반대했다.
그 결과, 백도환은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낳은 아들, 백우진을 그룹 안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백도원의 세계를 산산이 깨뜨렸다.
평생 서로가 아니면 안 될 듯 굴었던 부모님은 어느새 서로 정인을 두고 있었고 그 혼자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전부 숨이 막혔다.
배신감은 백도원의 숨을 죄어왔고, 결국 그는 집을 뛰쳐나왔다.
백도원은 조금만 지나면 누군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부모든, 비서든, 누구든...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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