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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는 곧 노우진이 내 사무실로 와서 임신 얘기를 꺼낼 줄 알았지만 오지 않았다. 노우진은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에 한 친구 모임이 있다며 준비하라고 말했다. 내가 그를 유심히 살피자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노우진은 내가 임신한 걸 전혀 모르고 있는 걸까. “이번 모임에 누가 오는데?” “전성우가 주최하는 거라 누가 올지는 잘 모르겠네.” 전성우라는 이름이 귀에 들어오자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전성우가 새로 사귀는 애인이 신서빈의 룸메이트였고 그녀는 이미 내 임신 사실을 알아차린 상태였다. 이번 모임이 누구를 위해 꾸며진 건지 한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무대를 이미 다 마련해 두었기에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였다. 저녁 준비를 마치고 막 나서려던 참에 노성훈의 차가 내 앞에 섰다. 내가 묻자 그는 운전대에 팔을 괸 채 근엄하게 말했다. “아내의 모임에 나도 섞여 들어가야지.” 나는 노성훈이 한 말의 의미를 굳이 캐묻지 않았다. 우리가 결혼한 뒤로 노우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은근히 신경을 썼다. 그래서 이번에 노성훈이 현장에 있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우리가 룸에 도착했을 때, 노우진은 전성우에게 화를 내며 신서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넌 쟤를 왜 부른 거야? 내 아내가 온다는데 몰랐어?” 전성우는 허리 숙여 사과했다. “아니, 형. 저도 두 분이 싸운 줄 몰랐습니다. 저도 결혼 앞두고 있으니 아내가 좋아하지 않죠.” 전성우가 아부하듯 덧붙였다. “진짜 신유리 씨랑 결혼한다면서요? 결혼하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넌 몰라. 걔는 불안해해. 난 명분을 줘야 해.” 문밖에서 그 말을 들은 노성훈이 고개를 돌려 나를 흘끗 보았지만 나는 아무 일 없는 듯 그를 보고 웃었다. 곧, 그는 문을 열고 나와 함께 룸 안으로 들어갔다. 노성훈이 있는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들뜨지 못했다. 나이 차가 크지 않음에도 그는 한 집안의 어른 대접을 받는 위치였고 사업에서도 두드러진 성과 때문에 사람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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