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움직이지 마.”
남자의 낮고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윤라희는 그 순간 몸을 바짝 굳힌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차도겸은 한참을 숨 고른 뒤에야 정신을 차린 듯 두 손으로 윤라희 몸 양옆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자세는 너무도 가까웠고 그 분위기는 묘하게도 위태롭고 야릇했다.
당황한 윤라희는 어떻게든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 했지만, 차도겸이 다시 몸을 눌러 그녀를 가로막았다.
“이, 이거 놔.”
윤라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하고 너무나 부자연스럽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움직임에 술기운이 오른 차도겸의 눈동자엔 묘한 색이 덧씌워졌다. 그는 윤라희의 촉촉하고 작은 입술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점점 갈증이 심해졌다.
윤라희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느꼈고, 가슴이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차도겸의 어깨를 밀쳐냈다. 어디서 힘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단번에 그를 밀어내고 몸을 뒤집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걸음 물러섰다.
그녀가 밀친 힘이 생각보다 강했는지 차도겸은 몸이 뒤로 젖혀지며 머리를 탁자에 부딪쳤고 그 아픔 덕에 정신이 조금 더 맑아졌다.
그는 억센 팔로 탁자를 짚으며 힘겹게 일어나 소파에 푹 주저앉았다. 이마를 문지르며 낮게 중얼거렸다.
“미안.”
윤라희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가가지 않았다.
“비서 불러줄까?”
“괜찮아. 좀 쉬면 돼.”
“...”
이곳은 그녀 방이었다. 그런데 그가 여기서 쉰다니, 그럼 그녀는 오늘 밤 어디서 자란 말인가?
게다가 이렇게 남녀 단둘이 방에 있다가 기자한테라도 들키기라도 하면 또다시 전남편 유혹하는 뻔뻔한 여자 프레임이 씌워져서 인터넷에서 사흘 밤낮으로 조리돌림당할 게 뻔했다.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의 지친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헛개차 시켜줄게.”
당황한 듯 급히 휴대폰을 집어 든 그녀는 호텔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헛개차를 주문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방 안은 다시 어색한 정적에 잠겼다.
‘이제 어쩌지? 지금 말을 걸어야 하나, 아니면 먼저 샤워를 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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