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화
정수혁은 억울한 눈빛으로 윤라희를 바라봤다.
하지만 윤라희는 그의 그런 연기 같은 표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복도로 나섰다.
정수혁은 매너 좋게 두 걸음 물러서며 길을 내주었다.
그녀가 문을 닫으려 하자 정수혁이 손에 든 밀크티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정말 안 마실 거예요? 전 이미 마셨는데 그냥 버리긴 아깝잖아요.”
그 말에 윤라희는 문득 옷장 속에 갇힌 차도겸이 떠올랐다.
그 큰 체구로 비좁은 옷장에 갇혀 있는 꼴이라니, 지금쯤이면 분노가 정점에 다다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밀크티를 받아 들며 말했다.
“이따가 계좌로 돈 보낼게요.”
“됐어요. 그냥 밀크티 한 잔인데 얼마나 한다고 그래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라희는 이미 밀크티를 들고 방 안으로 돌아갔다.
문이 열려 있는 상태라 차도겸에게 직접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들으라는 듯 애매하게 중얼거렸다.
“밀크티는 일단 테이블 위에 둘게. 이따가 나와서 마셔.”
이 정도면 안에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다.
윤라희는 옷장 쪽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방을 나섰다.
그녀는 감독의 방으로 가는 길에 정수혁에게 바로 밀크티 비용을 이체했다. 그걸 본 정수혁은 허탈하게 웃었다.
‘정말 깔끔하게 선 긋네.’
감독이 진짜로 대본 수정을 하려는 건 사실이었다. 드라마 침묵의 서약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장현 감독은 완성도를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결말 부분을 수정하고 싶다며 배우들과 작가를 불러 모았고 대본 방향을 두고 무려 한 시간을 넘게 토론했다.
이후 촬영 일정에 대한 조율도 이어졌다.
남은 2주 안에 촬영을 끝내야 하다 보니 진행 속도도 빠듯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나니, 이미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배우들은 굳은 몸을 일으키며 스트레칭을 하고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윤라희도 감독 방을 나서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차도겸? 아차, 옷장에 갇혀 있었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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