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차도겸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옷장에 두 시간이나 가둬놓고 이제 막 풀어줬다 싶더니, 대뜸 쫓아내는 거란 말인가.
그의 씁쓸한 미소에 윤라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안 그래도 살벌한 분위기인데,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오늘 안에 사고 하나 나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벌써 이렇게 늦었잖아. 나 내일 아침에 촬영이 있어서 그러는데 특별히 급한 일이 없으면...”
윤라희의 말투는 분명하고 확실했다. 이제 그만 가달라는 뜻이었다.
차도겸은 이미 속이 뒤집혀 있었지만 꾹꾹 억누르며 윤라희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런데 문득 그녀의 눈 밑에 옅게 드리운 다크서클이 눈에 들어왔다.
차도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솟구치던 화가 왠지 모르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일어나 흐트러진 슈트를 손질한 그는 긴 다리를 뻗어 방을 나섰다.
윤라희는 마치 전생에 잘못을 지은 죄인처럼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그녀가 이토록 순한 태도로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밤새 기분이 엉망이었던 차도겸도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래도 최소한 배웅은 하네. 뭐, 그래도 양심은 있네.’
하지만 차도겸이 문턱을 넘자마자, 입에서 인사 한마디가 나오기도 전에 문은 속절없이 닫혀버렸다.
윤라희가 그토록 얌전하게 따라 나왔던 이유는 배웅이 아니라 문을 닫기 위해서였다.
차도겸의 머릿속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윤라희 너 진짜!’
차도겸은 당장이라도 문을 발로 차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하면 체면을 구길 게 분명했다.
그는 어금니를 악물고 참았다. 그리고 무섭게 닫힌 문을 째려보며 안에 있는 윤라희를 향해 강력한 눈빛을 쏘아 보낸 뒤 돌아섰다.
몇 걸음 가지도 않아, 그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아 맞다, 오늘 온 이유!’
차도겸은 잊고 있었던 진짜 목적을 떠올렸다.
‘윤라희가 내 번호를 차단한 거 따지러 온 거였잖아!’
분노가 다시 끓어오른 그는 그대로 뒤돌아 문을 세게 두드렸다.
쾅쾅쾅!
방 안에서는 윤라희가 옷장에서 찢어진 옷 조각을 꺼내며 혹시나 복구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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