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무대 중앙에 선 윤라희가 고개를 들자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현장의 모든 이들이 숨을 멈췄다.
그녀는 앞에 놓인 마이크의 높이를 조정한 뒤 붉은 입술을 열어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윤라희입니다. 오늘 가야금으로 연주할 곡은 「포위의 노래」입니다.”
맑고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는 산속의 샘물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켰다.
열 손가락이 가야금 줄에 닿고 첫 음이 흘러나오는 순간, 공연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관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경탄과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포위의 노래」는 고전 가야금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곡이었다.
고대 전투를 모티프로 하여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변화무쌍한 주법으로 전쟁의 격렬함을 그려내는 곡이다.
청중은 그 연주를 통해 살아 숨 쉬는 듯한 전장의 풍경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다.
윤라희의 연주는 정교한 기교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였고 그녀는 온 마음을 담아 가야금을 퉁기며 관객의 심장까지 흔들어놓았다.
피와 모래가 뒤섞인 고대 전장이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황량한 사막에서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 가을바람이 몰아치는 계절 속에서 북소리에 맞춰 진군하는 병사들, 칼날이 번뜩이고 포성이 진동하며 흙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였다.
가야금의 격렬한 울림 속에서 관객들은 병사들의 비명과 함성을 환청처럼 느꼈다.
단지 연주일 뿐인데도 전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피를 흘리며 끝까지 싸우던 병사들은 결국 물러설 곳 없는 전장에서 강변에 쓰러졌다.
공연장은 숨소리조차 사라질 만큼 고요해졌다.
모두가 윤라희의 연주에 완전히 몰입한 채 곡이 이끄는 대로 흥분과 비통함 사이를 오갔다.
마지막 비장한 선율이 울린 뒤에도 관객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멍하니 무대만 바라보았다.
잠시 후, 윤라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연주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그제야 관객들이 정신을 차렸고 곧이어 우레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훌륭하다!”
“정말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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