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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결과적으로는 진윤석이 안 대표를 온갖 좋은 말로 달래며 불평등한 조항이 잔뜩 적힌 계약서에 서명했고, 조서영도 안 대표의 애인 노릇을 1년간 무상으로 하겠다고 약속한 끝에야 안 대표를 진정시켰다. 안 대표를 달랜 뒤, 진윤석과 조서영은 서둘러 자리를 떠나 이 일을 덮을 방법을 찾았다. 두 사람은 최종적으로 모든 책임을 윤라희에게 떠넘기기로 했다. 영상은 완전한 조작물이며, 대역으로 전락한 윤라희가 질투심에 가짜 영상을 만들어 자신들을 모함했다는 식으로 우겨 붙이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조서영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내용증명까지 공개하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술수였다. 우선 여론부터 잠재우고 보자는 계산이었다. 내용증명이 공개되자 구경꾼들은 다시 흔들렸다. 떳떳하지 않으면 누가 감히 법적 절차까지 밟겠냐는 논리였다. 그러나 조서영의 내용증명이 올라온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영상이 공개됐다. 조서영, 진윤석, 안 대표 세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었고, 그것은 조서영의 뺨을 살벌하게 후려치는 증거였다. 말 그대로 체면이 으깨질 만큼의 치명타였다. 영상이 퍼지는 것을 본 조서영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방금 만남을 끝낸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영상이 터지다니 말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그런 능력이 있고, 또 계속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인가? 자신의 모든 행동이 누군가의 눈에 잡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조서영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고, 어디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지는 알 수조차 없었다. 영상 공개로 여론은 다시 최고조에 달했고, 조서영은 끝도 없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상황 발전이 너무 빨랐고 평소 갑질이 심했던 조서영이라 원래부터 곱지 않게 본 사람이 많았다. 예전에는 뒤에 든든한 스폰서가 여럿이라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고, 오히려 비위를 맞추기에 바빴다. 이제 그녀가 몰락하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돌을 던지며 달려들었다. 수도 없는 폭로가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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