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유지성은 잠시 윤라희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당연하지. 내가 그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 거야.”
뜻밖의 눈빛에 윤라희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려서 시선을 피했다. 고개를 숙이자 씻어 낸 체리를 손질하는 유지성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길고 균형 잡힌 손가락, 하얀 피부, 단정히 다듬은 손톱. 검붉은 체리가 그의 새하얀 손 위에서 물살에 흔들리자 문득 붉은 핏방울이 흐르는 듯한 착각이 스쳤다.
윤라희는 몸을 떨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생각이란 말인가? 저건 그저 깨끗하고 예쁜 손일 뿐이었다.
학교에는 통금 시간이 있어서 유지성을 오래 붙들어 둘 수 없었다. 둘은 잠시 잡담을 나눈 뒤 헤어졌고, 윤라희는 서둘러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니까.
차씨 가문 저택, 서재.
차도겸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서류 한 부가 펼쳐지고, 그 옆에는 휴대폰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영상이 끝난 채 재생 막대가 끝까지 가 있었다. 이미 여러 번 본 듯했다.
각진 얼굴선을 더욱 굳게 다문 차도겸은 잠시 움직임이 없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아무 표정이 없어도 사람을 압도했다.
그는 갑자기 휴대폰을 들어 재생 버튼을 다시 눌렀다. 화면 속에는 조서영, 진윤석, 안 대표의 대화가 또다시 흘러나왔다.
영상이 끝나자 폰을 내려놓고 눈앞의 서류를 펼쳤다.
이건 그가 이주성에게 조사시키던 자료였다. 줄줄이 적힌 내용은 모두 윤라희가 누명을 썼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맑고 고요하던 그녀의 얼굴, 물처럼 투명한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녀는 물었다, 자신을 믿어본 적 있냐고...
2년 전 그 일도, 이번 표절 및 대역 사건도... 그는 단 한 번이라도 그녀를 믿어 준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표절도 거짓, 대역도 조작이라면, 2년 전 그 사건도 거짓이었을까?
움직이지 않던 마음에 작은 물결이 일었다. 그는 묵묵히 서류를 응시했다.
머리 위 조명이 드리운 그림자가 얼굴을 엷게 가렸다.
‘윤라희, 내가 너를 다시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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