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윤라희는 그 제목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져서야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손에 들린 생강차를 살짝 불며 한 모금 마셨다. 생강차에는 설탕을 넣지 않아 매콤하고 자극적이어서 마시기 힘들었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한 채 한 잔을 다 비웠다. 한 잔을 다 마셨어도 무슨 맛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방금 본 제목뿐이다. 비록 내용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사귀는 거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하유선이야?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지금은 나의 가장 큰 원수랑 함께하다니...’ 윤라희는 눈을 감으며 속에서 끌어 오르는 불편한 감정을 억눌렀다. 그 짜증스러운 감정이 왜 생겼는지 깊이 생각하려 들지 않고 다른 문제를 떠올리며 생각을 바꾸었다. ‘하유선의 뒤에는 하씨 가문이 받쳐주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건드리기 어려운데 이제 도겸이와 결혼하면... 걔는 하씨 가문뿐만 아니라 차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세력까지 등에 업게 되는 거잖아? 그러면 복수는 더 어려워질 텐데...’ 나중에 차도겸과 부딪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윤라희는 짜증이 나서 미간을 문질렀다. ‘관둬, 일단 지켜보지 뭐.’ 방에 돌아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윤라희는 스팸 문자인 줄 알고 무심코 열었지만, 읽어보던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윤라희, 네 남자는 이제 내 거야.] 낯선 번호였지만 윤라희는 하유선이 보낸 문자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결혼 이야기는 사실이구나. 그럼 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겠네. 이제 하씨 가문뿐만 아니라 차씨 가문까지 상대해야 할 각오를 해야겠네.’ 휴대폰을 내려놓기도 전에 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같은 번호였다. [너의 모든 것은 결국 내 것이 될 거야, 윤라희. 넌 그냥 쓰레기일 뿐이지!] 윤라희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짧은 답장을 보내고는 그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한 뒤 휴대폰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씨네 저택. 샴페인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