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남의 가정을 박살 내서 사생아에서 호적에 올랐는데, 네 이미지가 그렇게 빛나 보여?”
그 한마디 폭탄을 툭 던지고, 강인아는 시원하게 자리를 떴다. 구경하던 이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덤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칭송을 한 몸에 받던 진만옥 모녀는, 강인아의 몇 마디에 순식간에 구설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박우연이 금세 따라왔다.
“인아야, 사람들 앞에서 네 쪽 변호 좀 해 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해도 되는 거 아니야?”
둘은 갓 입학했을 때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고, 전공도 같은 생물과학이었다.
박우연은 얼굴 취향이 확실한 타입이라 첫눈에 강인아에게 시선이 꽂혔다. 그 끌림은 연애 감정이 아니라 순수한 감상의 욕망에 가까웠다.
강인아가 보폭을 늦추며 그와 나란히 걸었다.
“고마워. 내가 하나 빚졌다고 쳐.”
박우연이 환하게 웃었다.
“나한테 지는 빚은 쉬운 빚이 아닌데.”
강인아가 그의 말을 잘랐다.
“방금 말 취소. 아무 말도 안 한 걸로 하자.”
박우연이 손을 들었다.
“장난 한 번에 너무 정색하네. 어쨌든 너 학교에서 보기 드문데 몸은 좀 나아진 거야? 올해는 수업 나오려는 거지?”
“기분 봐서.”
그의 시선이 강인아 손의 회전 펜으로 떨어졌다. 돌릴 때마다 펜 몸통 안에서 미세하게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감으로 찍어 보자면 그 펜 속에 바늘 들어 있지?”
강인아는 담담히 끄덕였다.
“응.”
“침술용이야?”
강인아가 목덜미에다 위험한 동작을 그려 보였다.
“비밀 병기야. 사람 죽일 때 쓰는 거.”
박우연이 호탕하게 웃었다.
“영하에서 퍼진 영상 봤어. 후반 작업 잔뜩 덧씌웠던데 네 체형은 알아보겠더라. 그 침법 아니었으면 연씨 집안 넷째 백 퍼센트 끝났어. 실례지만 동문은 사부가 어느 문파시지요?”
강인아가 흘겨봤다.
“소설 너무 봤네. 문파는 무슨.”
그의 호기심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한의학 배웠으면서 왜 또 생물과학을 골랐는지. 한의하고 서의는 원래 천적이잖아. 네가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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