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강인아가 막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오려는데 누군가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빛에 경계가 번쩍였다.
“뭐예요?”
“어젯밤 네가 한 제안 어쩌면 가능할지도.”
백세헌이 말했다.
“무슨 제안이요?”
“아이 갖자는 거.”
강인아는 그의 손을 탁 쳐내고 얇은 실크 가디건을 걸치더니 힐끗 돌아봤다.
“제 마음은 좁아요. 그 고귀한 씨앗 모실 자리 없어요.”
그녀는 말을 남기고 문을 쾅 닫아 욕실로 들어갔다.
문짝이 눈앞에서 단단히 맞물리자, 백세헌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어린 것 치고 성깔은 크네.’
보기에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도우미들이 둘의 비밀 혼인 관계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아침 식사 때 두 사람은 아주 절묘하게 침묵을 지켰다.
강인아가 이사 오기 전, 한서준은 이미 못을 박아 두었다. 그녀는 백세헌의 먼 친척이니 잠시 머무는 동안 정성껏 모시되, 다른 건 캐묻지 말라고.
오혜지는 둘의 기류를 슬쩍 살피다, 백세헌이 강인아에게 일절 말을 걸지 않는 걸 보고 얼추 짐작이 섰다. 그는 먼 친척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했다. 아니었으면 한 식탁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한마디도 안 할 리가 없었다.
백씨 가문이야 백 년 가업에 재산이야 넘칠지언정, 늘 얼굴 두껍게 기대와서 한몫 챙기려는 가난한 친척 몇은 있기 마련이다.
강인아라는 여자는 얼굴 좀 봐줄 만하다고, 그걸로 백세헌의 눈에 들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지나치게 순진해 보였다.
갓 부친 계란 프라이를 식탁에 올리며, 오혜지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반 시간 전에 주예원 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젯밤 귀걸이를 하나 잃어버렸다면서 혹시 대표님 차에 떨어뜨린 건 아닌지, 시간 되실 때 한 번만 확인 부탁드린다고 하셨습니다.”
백세헌은 무의식중에 강인아를 바라보았다.
강인아는 두 사람의 대화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뉴스 화면을 진지하게 넘길 뿐이었다.
백세헌은 오혜지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알아들었다는 뜻이었다.
그는 강인아를 보았지만 그녀는 시선을 휴대폰에만 고정했다. 그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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