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한서준이 화면을 몇 배로 확대하자 강인아가 그려 넣은 도안이 또렷이 보였다. 도교 부적 같았다. 그리고 그 펜으로 그려진 색도 도교에서 쓰는 붉은 주사였다.
둘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서준이 겨우 목소리를 찾았다.
“강인아 씨가 저한테 준 이 답례가 제 목숨을 살린 건가요?”
몸소 겪지 않았다면 한서준도 이런 기적이 자기한테 일어날 거라 믿지 못했을 것이다.
안 놀랐다면 그게 거짓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물 남짓한 강인아가 이렇게 대단할 리가 있나?
백세헌은 한서준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뒤쪽 영상을 계속 넘겼다.
강인아와 오혜지의 대화, 그리고 값비싼 귀공구를 손가락 끝에서 굴리면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모습까지...
강인아는 어젯밤 아무 생각 없이 한서준에게 그려 준 부적 한 장이 큰 파장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올해도 결석하지 못하게 하려고, 엄태경은 그녀에게 맞춤형 출석 제도를 짜 주었고, 뭐라 해도 작년처럼 아예 모습을 비추지 않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어쩔 수 없이 강인아는 짬을 내서 학교에 들러 도장만 찍었다.
또 그 노친네가 눈앞에서 큰일 난 사람처럼 호들갑 떨며 스승을 공경할 줄도 모른다고 욕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였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자, 박우연이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캠퍼스 한쪽 외진 구석으로 끌고 갔다.
“내부에서 흘러나온 대형 뉴스 하나 들을래?”
강인아가 박우연을 보며 물었다.
“너랑 백시월이 약혼이라도 공식 발표하려는 거야?”
박우연은 파리라도 삼킨 표정을 지었다.
“이 농담 하나도 안 웃겨.”
“나도 장난친 거 아니야. 다들 떠들더라. 너희 둘이 몰래 사귄다고.”
주예원처럼 후천적 시술로 손 본 얼굴에 비하면 백시월은 기본이 괜찮았다. 아니었으면 A대 여신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박우연이 그녀를 흘겨보고 말했다.
“나랑 주예원은 그냥 보통 동기야. 모든 스캔들은 다 헛소문에서 나온 거지.”
막 입학했을 때, 박우연은 외모가 꽤 괜찮은 백시월에게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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