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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상대는 겁에 질려 바로 기가 죽었고 고개를 떨군 채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이미 몸의 절반이 묻힌 기사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살려 달라고 빌었다. 백세헌은 비단 수건으로 굳이 깨끗한 손을 천천히 닦으며 기사에게 비웃는 눈길을 던졌다. “자백할래?” 구덩이 속 기사가 죽어라 고개를 끄덕였다. 백세헌이 구덩이 가장자리로 걸어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가장 직접적인 답이다. 쓸데없는 말 한마디라도 보태면 네 결말은 하나, 죽음이야.” 기사가 막 고개를 끄덕이자 문해성이 그의 턱을 걷어찼다. 한 번에 탁, 빠졌던 턱이 다시 맞물렸다.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된 기사는 사람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백시혁이에요. 백시혁 씨가 시켜서 차에 손을 대게 했어요.” 지목된 이는 다름 아닌 백세헌의 다섯째 형 백시혁이었다. 그는 사태가 이렇게 뒤집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명 그만 씌워! 내가 어떻게 우리 아버지를 해칠 수가 있어?” 그는 허겁지겁 백세헌을 보며 호소했다. “회장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저 사람 헛소리입니다. 저를 같이 매장하려는 겁니다.” 기사가 고함쳤다. “전화 녹음이 있어요! 제 메일함에 숨겨 놨습니다.” 생매장을 피하려고, 그는 서둘러 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불러 주었다. 한서준이 최대한 빠르게 로그인해 메일에서 통화 녹음을 찾아냈다. 확성 모드로 재생하자 백시혁이 기사에게 백제석과 서아란을 제거하라고 지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인증도 물증도 모두 갖춰졌다. 백시혁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혼비백산해 달아나려 했고, 날랜 경호원 몇이 그를 걷어차 땅바닥에 메다꽂아 꼼짝 못 하게 눌렀다. 그는 다급하게 백세헌을 올려다봤다.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녹음은 조작이에요. 전부 거짓말입니다!” 백세헌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 좌우에 명령했다. “백시혁이 부친을 시해했다. 증거는 확실하다. 족벌 규율로 먼저 다스린 뒤 증거와 함께 관가로 넘겨.” 백시혁의 변명과 울부짖음은 더는 들을 가치가 없었다. 백세헌은 긴 다리를 내디뎌 경호원들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등 뒤로 수백 명이 일제히 외쳤다. “회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우레 같은 함성, 기세가 당당했다. 백세헌이 가문 내 사안을 정리하는 동안, 강인아도 손 놓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매달 1일마다 늘 천교로 나가 점괘를 봐 줬다. 하지만 이번 달은 천교에 가고 싶지 않아 라이브 방송 앱을 켜고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일단 ‘아무개’로 지었다. 이미 누가 쓰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무렴’으로 바꿨다. 역시 선점이었다. 이름을 몇 번이나 갈아치운 끝에, 결국 라이브 닉네임은 ‘여우대가’로 결정했다.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강인아는 앱이 제공하는 얼굴 가리개 효과로 이목구비를 싹 가렸다. 화면에 보이는 건 불처럼 붉은 작은 여우 한 마리와 장난기 가득한 미소였다. 지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그녀는 목소리도 변조했다. 듣기에는 꽤 중성적이었다. 팔로워 ‘0’의 신생 라이브, 방송을 켜고도 무려 반 시간이 지나도록 시청자는 셋을 넘지 못했다. ‘우우주’라는 관객이 채팅창에 쳤다. [우우주: 남자야 여자야, 왜 얼굴을 안 보여줘? 혹시 너무 못생겨서 사람 볼 낯이 없는 거 아니야?] “내 외모는 포인트가 아니고, 학생 점 좀 볼래요? 한 달에 딱 한 자리, 서두르는 사람이 임자예요.” [우우주: 빅데이터 진짜 짜증. 맨날 사이비나 밀어줘.] “그래서 그 한 자리, 안 가질 거예요?” [우우주: 공짜?] “4만 원. 라이브에서 선물 하나만 쏴줘요.” [우우주: 강도가 따로 없네.] 티키타카 몇 마디에 라이브 방 분위기가 조금 살아났다. 잠시 지켜보던 ‘팩 팝니다’가 치고 들어왔다. [팩 팝니다: 어떻게 본다는 건데?] “라이브 연결. 관상 봅니다.” [팩 팝니다: 틀리면 환불해?] “점 값은 받기만 하고, 내놓지는 않아요.” ‘팩 팝니다’가 느낌표를 잔뜩 날렸다. 이런 건 죄다 사기라고 여기는 눈치였다. 그 사이 라이브 방 인원은 몇 명 더 늘어 열다섯이 되었다. 입이 거친 몇 명이 채팅창에서 시비를 걸었다. 얼굴도 못 내밀면 십중팔구 사기꾼이라나 뭐라나. 그때, 누군가가 높은 가치의 ‘대형 비행기’를 쐈다. 플랫폼 현금 비율로 치면 6만 원이었다. 선물을 쏜 닉네임은 ‘안니쟈기’. 강인아는 곧장 영상 연결을 보냈다. 스무 살 갓 넘긴, 머리를 동그랗게 틀어 올린 상큼한 여자아이였다. 강인아가 먼저 안내했다. “학업, 연애, 재물. 한 가지만 물어요.” [6만 원에 질문 하나라고? 이 방 너무 하네.] [옆방 여우양은 1만 원이면 봐 준다. 다들 거기 가자.] [여우양, 영업을 신생 방까지 와서 하네?] 강인아는 그런 소리는 통째로 무시했다. 영상 속 안니쟈기가 말했다. “난 연애운 볼래요. 남자친구가 언제 프러포즈할까요?” 강인아가 소녀의 얼굴을 한 번 훑었다. “당신의 인연은 서른둘. 지금은 제대로 된 인연을 못 만났어요.” 안니쟈기가 성을 냈다. “헛소리! 남친이랑 사귄 지 거의 2년이에요. 내 남친 일자리도 우리 집에서 도와준 거라고요.” 강인아는 봐주지 않았다. “그거 완전 쓰레기 만난 거잖아요.” “이 사이비가 헛소리를 하네! 내 남친이 얼마나 성실하고 노력하는데요. 장차 가장 로맨틱한 결혼식을 해 주겠다고도 했어요.” 강인아가 한번 웃었다. “영상 끊지 마요. 지금 당장 폰 들고 내려가요. 문 나가 왼쪽, 단지 2동, 7층 701. 문 두드려 봐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깜짝선물이에요.” [미녀, 가 봐. 딱 좋다. 우리도 이 사이비 민낯 까 보자.] [혹시 이 미녀랑 사이비가 한패는 아닐까?] [여우양 영업은 밉지만, 이 사이비보다는 나아 보이는데.] 점점 커지는 부추김에 안니쟈기는 더는 못 버텼다. 그녀는 정말로 폰을 들고 강인아가 찍어 준 층으로 올라갔다. 그 시각, 라이브 방 인원은 68명으로 뛰었다. 잠수하며 구경하는 이도, 조언을 보태는 이도 있었다. 안니쟈기는 용기를 모아 마침내 701호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안에서 아이를 안은 여자가 나왔다. 아이는 한두 살 남짓, 엄마 품에서 옹알이를 했다. 아이가 있는 엄마가 물었다. “누구를 찾으세요?” 라이브에서 강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남자친구 찾으러 왔다고 해요.” 안니쟈기도 얼떨떨해 무심코 말했다. “임문석 씨 찾는데요.” 아이가 있는 엄마가 거실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 누가 당신 찾는데?” 이 한마디 ‘여보’에, 라이브 방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와! 큰 거 터졌다! 이거 라이브 현장 검거냐?] [‘여보’에 애까지 있구먼. 누가 누구를 잡는지는 아직 모른다.] [각본 아니냐? 신생 방에서 사람 몰려고 요즘 대본이 한두 개야?] 라이브 방은 불이 붙었다. 그사이 안니쟈기는 2년을 함께한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의 집에서 걸어 나오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안니쟈기를 보자 임문석의 표정이 굳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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