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영상 속, 마스크를 쓴 장발 여자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바닥에 쓰러진 남자에게 침술을 놓고 있었다.
화면은 겨우 십몇 초, 앞뒤 맥락도 없이 뚝 끊겼다. 보기에는 영 허전했다.
그럼에도 백세헌은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봤다.
한서준이 휴대폰 화면을 가리켰다.
“이 영상이 난리가 났습니다, 회장님. 저 침으로 사람을 살린 ‘마스크 누나’를 찾겠다는 글이 넘쳐납니다. 구해진 사람은 연씨 집안 넷째로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데 어젯밤 발작이 나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응급을 맡은 의사들도 말하길, 살아난 건 운이 아니라 가슴의 혈자리에 꽂힌 몇 가닥의 침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설명할수록 열을 올리던 한서준이 조심스레 덧붙였다.
“회장님, 영상 속 그 누나... 강인아 씨랑 많이 닮지 않았습니까?”
백세헌은 속으로 놀람을 눌렀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회장님이 주예원 씨와 계약하신 이유는, 남다른 해킹 실력으로 귀의를 찾아 사모님의 병을 고치려는 데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의는 행적이 신비롭고, 정체도 수수께끼라 동업자가 아니면 자취를 알기 어렵습니다. 만약 강인아 씨가 그 방면에 정통하다면 귀의에 관해 들은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쪽 입을 통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백세헌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밖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주예원 씨 오셨습니다.”
주예원은 백씨 가문의 저택으로 처음 발을 들였다. 이 구역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곳으로 주씨 가문이 경시에서 위세를 떨쳐도 이곳에는 들어올 자격이 없었다.
거실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주예원의 심장은 괜스레 불안하게 뛰었다.
어젯밤 많은 일이 있었다.
오빠는 신장이식의 최적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해, 지금은 ICU에 들어갔다. 의사 몇은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부모는 낌새가 이상하다 여겨 백세헌의 속뜻을 떠보라며 그녀를 보냈다.
거실에서 꼬박 20분을 기다린 끝에, 백세헌과 한서준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예원이 급히 일어나 인사했다.
“회장님.”
그리고 한서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