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심성호는 아들 심동하가 먼저 치고 나가 버린 탓에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결국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앞으로 일하다가 힘든 게 있거나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동하한테 물어봐. 동하가 바쁘면 나한테 얘기해도 돼.”
“감사합니다, 삼촌. 사실 전 심 대표님께 늘 신세만 지고 있어요. 덴보크에서 막 돌아왔을 때 심 대표님께서 일할 기회를 안 주셨으면 지금 어디서 고생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덴보크에서 막 돌아왔을 때?”
유현숙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너희 그때부터 같이 일했어?”
“네.”
유현숙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옆으로 돌렸고 심동하는 모른 척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 너무 똑바로, 너무 강렬하게 꽂히자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리고 그 시선을 마주했다.
심동하의 표정은 마치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건 외부인을 속일 때 얘기고 친엄마는 절대 못 속인다.
유현숙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묘한 미소가 스쳤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시 고지수에게 말을 꺼냈다.
“지수는 착한 데다가 능력도 있잖아. 이모는 꿈에서라도 너 같은 딸을...”
“엄마.”
심동하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러자 유현숙은 말끝을 흐리며 입꼬리를 올리고 눈빛으로 뜻을 전했다.
‘들켰지? 이놈아.’
심동하는 유현숙이 입을 여는 순간 오늘은 절대 감출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다. 하지만 절대 그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게 할 순 없었다.
오늘 본 고지수는 긴장이 풀린 얼굴이었다. 그녀는 유현숙의 곁에서 아주 편안해 보였고 눈빛에 거의 넘칠 듯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마치 오래도록 엄마를 찾던 아이가 드디어 엄마의 품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조금만 틈을 주면 그녀는 바로 그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심동하는 태연하게 젓가락을 들고 접시를 가리켰다.
“훈제햄 좋아하시잖아요?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많이 드세요.”
유현숙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디서 거짓말을.’
둘은 몇 년 동안 연락도 거의 안 했는데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알 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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