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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고지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릴 적 일이라 고지수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유현숙은 똑똑히 기억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못다 한 인연을 이어간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인연을 이어간다 해도 너무 오래전의 인연이라 고지수는 심동하가 다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기억력도 좋으세요. 근데 갑자기 그건 왜요?” 노민준이 자꾸만 고지수와 함께 한 시간을 자랑하며 뒤에 나타난 심동하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비꼬았기 때문이다. 하여 오늘 심동하는 노민준이야말로 뒤에 나타난 사람이라고 똑똑히 알려줬다. 아마 노민준은 오늘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할 것이다. “정말 하나도 기억 안 나요?” 고지수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 라면땅을 먹였다는 말만 들어도 충분히 그녀가 저지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때는 너무 어렸잖아요.” 심동하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그런 자신을 조롱하듯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지수는 집에 앨범이 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떠올라 찾아보기로 했다. 그때 심동하가 귀띔했다. “면이 다 된 것 같은데요.” 고지수가 뚜껑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코끝을 가득 메웠다. 고개를 돌려 심동하를 보는데 준수한 외모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면을 먹어도 잘생긴 얼굴은 절로 감탄이 나갔다. 아우라가 늘 차갑긴 해도 함께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묘한 힘이 있었고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쑥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도화살이 꽤 많았겠는데?’ 고지수는 운명이 참 묘하다고 생각했다. 두 달 전만 해도 언젠가 명안의 대표이자 노민준의 상사인 심동하와 함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왜 웃어요?” 심동하가 휴지를 한 장 건넸다. 표정을 핀 고지수는 눈동자가 호수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심 대표님과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은 건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아요.” 심동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마음속을 맴돌던 이런저런 생각이 순간 서서히 가시는 것 같았다. “나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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