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화
고지수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이미 훤히 밝아져 있었다. 그녀는 잠깐 멍해 있다가 고개를 살짝 돌렸고 한 권의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책을 든 손은 뼈마디가 뚜렷해서 힘이 있어 보였다.
고지수는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카메라 프레임을 상상했고 이 손을 클로즈업해서 찍으면 완벽하겠다고 생각했다.
“깼어요?”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심동하는 표정에 아무런 내색 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를 보고 눈이 마주치자 책을 내려놨다.
그제야 고지수는 시선을 옮겨 그의 얼굴을 똑바로 봤는데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심동하는 새벽에 잠깐 봤을 때와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게다가 평소처럼 냉정하고 가까이하기 힘든 분위기까지 돌아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고지수가 아플 때 누군가가 그녀의 곁을 이렇게 지켜준 건 처음이었다. 깨어나자마자 그가 옆에 있는 걸 보자 고지수는 살짝 감동했다.
“물 마실래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동하는 벌떡 일어나 물을 가지러 갔다.
고지수는 일어나서 앉았고 그제야 링거가 이미 다 떨어졌다는 걸 알았다. 그것도 모르고 아주 푹 잔 느낌이었다.
그녀는 물 마시며 목을 축였고 마침 간호사가 지나가다가 병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들어와 고지수의 체온을 다시 쟀다.
고지수는 시계를 흘끗 보고 말했다.
“왜 안 깨우셨어요?”
“안 깨나던데요.”
심동하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그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묘한 미소를 띠고는 병실에서 나갔다.
사실 세 번째 링거가 다 떨어지고 나서 간호사가 들어와 고지수의 체온을 쟀었는데 그때 이미 열이 다 내렸었다. 하지만 심동하는 고지수를 깨우지 않고 계속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심동하의 말을 믿은 고지수는 민망해서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내가 얼마나 죽은 듯이 잤으면 대표님이 부르셨는데 못 깨난 거야...’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몸을 정리하고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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