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심동하는 셔츠 소매를 매만지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일은 아마 벌써 소문이 다 퍼졌을 거예요. 누가 물어보면 난 지수 씨가 내 약혼녀라고 말할 거예요.”
“네, 그러세요.”
고지수는 약상자를 다 정리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살짝 겁이 나서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칠 수가 없었다.
심동하는 그녀가 서둘러 나가려 하자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지수는 야근해야 한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그녀가 거의 도망치듯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심동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심동하는 직접 차를 몰아 집으로 갔다가 아버지 심성호와 마주쳤다.
심성호는 아들 심동하 얼굴의 상처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심동하가 어디 가서 맞는 일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던 심성호가 심동하의 얼굴을 몇 번이나 쳐다보는 바람에 심동하는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
“아빠 아들 맞아요. 외계인 아니고요.”
“싸웠어?”
“소식 못 들으셨어요?”
“그걸 뭐 그리 자신 있게 말하냐.”
심성호는 오후에 이미 그 소식을 들었다. 그는 신문을 넘기며 말했다.
“일 때문이야?”
“아니요. 그 자식이 지수 씨가 선물해 준 목도리를 망가뜨렸어요.”
심성호는 코웃음을 쳤다.
“아직 그 아가씨의 마음은 못 잡았으면서 물건은 엄청 아끼는구나.”
그 말이 심동하의 심기를 건드렸다.
“제가 아빠보단 낫죠. 지수 씨가 새 목도리를 사 준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아빠한테 관심도 없으시잖아요.”
그 한마디에 심성호의 얼굴이 확 굳었다.
다른 사람들은 심성호와 유현숙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쪽은 유현숙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마음의 100%를 사랑에 쏟지만 어떤 사람은 고작 30%에서 40%까지만 쏟을 수 있었다.
심성호는 후자였다. 게다가 표현력도 형편없었는데 거의 감정표현 장애 수준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심동하처럼 그를 판에 박은 수준의 아들이 태어났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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