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나더러 대표님께 약을 발라 드리라고?’
“제가요?”
고지수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옆에 있는 심동윤이 얼굴을 찌푸렸다.
“심 대표님은 비서도 많으시고 직원도 많으시면서 왜 저희 사장님을 찾으시는 거죠? 명안이랑 우리 회사의 협업 조건에 이런 것도 들어 있었나요?”
비서는 미소만 지을 뿐, 딱히 심동윤에게 해명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고지수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 대표님께서 원래도 기분이 안 좋으셨는데 오후 미팅도 잘 안 풀려서요...”
더는 말하지 않았지만 의도는 충분히 전달됐다.
고지수는 눈치를 챘다.
“알겠어요. 저한테 주세요.”
그녀가 망설임 없이 수락하자 심동윤은 표정이 굳어졌다.
“선배, 진짜 심 대표님께 약까지 갈아주실 거예요?”
“대표님도 아침에 날 도와주셨잖아.”
심동윤은 말문이 막혔다.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퇴근해.”
“네...”
심동윤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심동하의 비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흘끗 보더니 약상자를 고지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살짝 뒤로 물러나 그녀를 따라갔다.
“오늘 미팅 잡혔던 소야 테크의 조 대표님은 사실 저희 대표님의 친척이십니다. 몇 년 동안 매번 그걸로 이익을 챙기셨는데 이번에도 프로젝트 비용을 더 올리겠다고 하셔서요...”
고지수는 바로 이해했다.
‘아, 그래서 기분이 안 좋으셨구나.’
“그런데 그런 얘기를 저한테 해도 돼요?”
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살짝 밀어 올렸다.
그는 심동하의 곁에서 오래 일했고 말 그대로 ‘현대판 대내총관’ 같은 존재였다. 오늘 병원에서 두 사람 사이를 방해했던 그는 지금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 만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건 사실 업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라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대표 사무실 층에 도착했고 비서는 눈치 있게 고지수를 문 앞까지만 데려다주고는 떠났다.
고지수는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안을 들여다봤다. 심동하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여전히 깔끔하게 정돈된 차림새였다. 하지만 얼굴에 붙은 밴드가 그의 차가운 분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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