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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고지수는 노민준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심동하와의 오랜 시간이 고지수에게 남긴 흔적은 간결하고 깔끔한 말투에서 선명하게 보였다. “간단하게 요점만 말해. 난 또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래.” 노민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유산에 대한 일 너도 알고 있는 거지?” “그래, 알아.” 그녀의 대답은 마치 법정에서 내려지는 최후의 선고처럼 노민준의 심장을 낭떠러지 아래로 잡아끌어 내리는 듯했다. 그는 고지수를 마주하기 어려워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러한 패를 드러내는 행위는 그 사람, 그리고 그 집안이 감추고 있던 모든 추악함을 태양 아래 드러내어 더는 숨길 곳이 없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몹시 난감했지만 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노민준은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처음에 나도 몰랐어. 너랑 이혼하고 나서 알게 된 거야.” “그래서?” “너한테 용서를 받으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내가 오늘 이곳을 찾은 이유는 네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알고 싶어서야. 좀 더 명확하게 말할게. 우리 가족이 어떤 보상을 해야 네가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 고지수는 지금의 노민준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녀는 노민준을 바라보며 그의 속마음을 읽어내려 애썼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지수, 네 눈에는 내가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여?” 그녀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럼, 아니야?” 노민준은 마음이 무거웠고 그 무게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진작 알았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 내가 찾아온 이유는 그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야. 만약 우리 노씨 집안의 모든 재산을 네게 넘긴다면 네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을까?” 고지수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노민준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잘못을 승인하는 거야?” “그래.” 고지수는 한치의 떨림도 없는 평온한 눈빛으로 노민준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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