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박주경은 질문의 의도를 바로 파악했다.
“네가 후회만 안 한다면야.”
“안 해.”
노민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박주경은 믿지 않는 눈빛으로 그를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참. 너, 필름이 완전히 끊긴 거면 제수씨가 어제 너한테 얘기한 것도 기억 안 나겠네?”
“?”
“너한테 자기 금고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다 버리라고 했어.”
노민준의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 익숙한 통증이었다. 꼭 어제도 이렇게 아파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기억을 못 한다고 마음대로 지껄이는 거라면...”
“못 믿겠으면 제수씨한테 직접 물어보던가.”
노민준은 이를 꽉 깨문 채 가만히 있더니 노재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 먹었으면 등원할 준비 해. 아주머니가 함께 가줄 거야.”
“네.”
노재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순순히 장민영을 따라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유치원에 도착한 노재우는 차에서 내리다 말고 갑자기 장민영을 보더니 대뜸 크레용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사 오라고 했다. 또 기사에게는 친구들에게 줄 간식이 필요하다며 마찬가지로 빨리 뛰어가서 사 오라고 했다.
혼자 남겨진 후, 아이는 앞 좌석으로 다가가 내비게이션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더니 어젯밤에 노민준이 향했던 주소를 보고는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점심을 먹은 후 노재우는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몰래 유치원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지구대로 향했다. 그러고는 길을 잃었다고 하며 대뜸 고지수의 집 주소를 얘기했다.
“거기에 우리 엄마가 있어요. 데려다주세요.”
...
아파트 경비원은 아이와 함께 찾아온 경찰을 보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아이가 길을 잃어버렸다고 지구대로 찾아왔는데 엄마가 이곳에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몇 동 몇 호인지는 잘 모른다네요. 한번 확인해 주세요.”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재우에게 물었다.
“꼬마야, 엄마 이름이 뭔지 알아?”
“고지수요.”
경비원이 멈칫했다.
어젯밤, 술에 잔뜩 취한 채 난동을 부렸던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찾았던 여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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