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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대화가 끊기고 나서도 둘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곧 고지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번엔 제발 엄마한테 말하지 마. 그냥 이혼 못 했다고만 하면 돼. 속이기만 하면 별일 없을 거야.” 노민준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가슴까지 크게 들썩였고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그만해.” 고지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내일 나도 한 시간 정도는 시간 낼 수 있어. 서류랑 자료 준비해 둬. 너라면...” “그만하라고 했잖아!” 노민준이 갑작스레 고함을 지르자 고지수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말이 많아서 짜증 난 걸까?’ 평소에도 노민준은 고지수가 말이 많다며 늘 귀찮아했다. 노민준은 어릴 적부터 술과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고지수는 그의 건강을 걱정해 자주 담배를 숨기고 술을 말렸다. 그럴 때면 그는 어김없이 어두운 얼굴로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때로는 모른 척, 때로는 애교로 버티며 말렸다. 그런데 노재우가 생기고 나선 더 조심스러웠다. 집안에 담배 냄새가 돌면 태아에게 해로우니까. 한 번은 담배를 빼앗아 숨기려다 실랑이 끝에 고지수가 넘어져 유산할 뻔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그 어떤 잔소리도 삼키게 되었다. 노민준이 싫은 티만 보여도 곧바로 입을 닫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고지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몸은 좀 어때?” 노민준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야 내가 병원에서 나왔다는 게 생각났어?” “미안. 푹 쉬고 내일 봐.” 고지수는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차에 탔고 그렇게 미련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 노민준은 그녀가 떠나는 방향을 한참 바라봤다. 멍하니 서 있던 그를 정신 차리게 한 건, 다시 울리는 전화벨 소리였다. “야, 드디어 전화를 받네? 난 네가 납치라도 당한 줄 알았어!” 수화기 너머 박주경의 목소리는 다급해 보였다. “어때? 이혼했어?” “아니.” “시간 못 맞췄어?” “응.”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노민준은 아무 말 없이 긴 침묵에 빠졌다. 박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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