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여수민은 확실히 정이 가는 아이였다.
뒤이어 이어진 학업 과정에서도 얼마큼의 노력과 부지런함이 보였고, 거기에 타고난 재능까지 더해져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다.
큰 탈만 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김미숙 곁에서 배우며 성장해, 결국에는 이름 있는 화가가 되는 길이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다.
김미숙 교수의 유일한 제자. 모든 자원이 한쪽으로 쏠려 있고, 전력으로 키우는 중이며, 어쩌면 언젠가는 이 화실 자체가 여수민에게 넘어갈지도 몰랐다.
하준혁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생각해 보면 오늘 여수민이 둔 이 한 수는 꽤 잘 둔 수였다. 괴롭힘을 당했으면 바로 스승에게 가서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 말이다.
김미숙의 성격이라면, 손영후네 집안을 완전히 짓눌러 버려야 속이 풀릴 사람이다.
다만 오늘은, 운이 좀 나빴을 뿐이다.
하필 김미숙이 휴대폰을 안 들고 나간 날이었으니까.
하준혁은 자료 화면을 끄고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식구들은 아무도 자지 않고, 거실에서 구영자와 함께 다 같이 대만 가족극을 보고 있었다.
때마침 방영 중인 작품은 ‘벙어리 와이프’였다.
여배우가 장대비 속에서 무너져 내리듯 울면서, 손짓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었고 소파 위의 구영자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옆에 앉은 하태산은 웃는 얼굴로 아내에게 휴지를 건네주고 있었다. 하준혁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김미숙에게 던져 주었다.
김미숙이 버럭했다.
“핸드폰 하나 가지러 가서 지금 오면 어떡해. 어디 가서 고양이나 돌보고 온 거야?”
“댁 마당에서 주워 온 애예요. 불쌍하게 큰 눈 두 개로 쳐다보면서 애교를 부리는데, 그냥 둘 수가 없더라고요.”
“허허, 네가 그런 마음씨가 있다고? 분명 내가 시킨 일이 하기 싫어서 일부러 핑계 댄 거겠지.”
하준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믿든 말든요.”
김미숙은 말로는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옆에 앉은 남편 하도훈을 팔꿈치로 콕 찔렀다.
“당신 아들은 진짜 갈수록 성가셔. 차라리 그때 해외에 그냥 놔둘걸, 외국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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