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남민우는 실험실 일을 마치고도, 여수민 혼자 화실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서둘러 달려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경비가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남민우가 이제 막 전화를 걸려던 순간 마침 여수민이 밖으로 나왔다. 다만 그녀의 옆에는 한 남자가 함께 서 있었다.
김미숙의 아들 하준혁이었다.
“수민아.”
남민우의 목소리는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이리 와.”
여수민은 팔을 빼고 하준혁 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밖에 서 있는 남자친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겠다는 뜻, 더 데려다 줄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하준혁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렸을 뿐, 생각이 바뀐 여수민에게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수민은 그가 말리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다리를 살짝 절뚝이며 아래로 내려갔다.
경비는 낯익은 얼굴을 보자 바로 길을 터 주었고, 남민우는 굳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와 먼저 쪼그려 앉아 여수민의 다리부터 확인했다.
이렇게까지 부어 있고 멍이 들었으니 마음이 아픈 것도 당연했다.
남민우는 일어나 그녀를 끌어안고, 자기 몸에 기대도록 해 주었다.
그제야 잠깐 여유가 생겨 계단 위에서 무표정하게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도 남자만이 느끼는 묘한 예감 같은 것이 스쳤다.
남민우는 어딘가 불편했다. 마치 자기 영역에 누군가 발을 들이민 것만 같은 본능적인 거부감이었다.
방금 전 분명히 저 남자가 먼저 자신을 알아봤다.
남민우는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여 인사 대신 삼고, 여수민을 부축해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다 고개를 숙여 여수민의 머리카락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말랑한 미소가 하나 돌아왔다.
남민우의 마음도 그대로 풀어졌다.
자연스럽게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 이번에는 제대로 입을 맞추려 했다.
여수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돌려 피했다. 그래서 남민우의 입술은 그녀의 보조개 자리에 가 닿았다.
여수민이 수줍어한다는 것쯤은 남민우는 진작 알고 있었다.
도로 쪽으로 나와 남민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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