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사진은 직접 찍은 거였다. 사진 속 분위기도, 구도도, 배경도 어딘가 오래된 느낌이라 더 어울리지 않았다.
너무 안 어울렸다.
여수민은 정확히 2만 원을 송금하면서 메모에 ‘밥값’이라고 적었다.
하준혁은 그녀 앞에서 바로 입금 알림을 눌러 확인했고, 그제야 여수민은 한숨 돌리며 마음 편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말 배가 고팠다.
그동안 목까지 차 있던 긴장이 슬그머니 내려가자, 위가 크게 한 번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입맛도 확 돌았지만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모든 메뉴를 반씩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하준혁은 그녀가 마치 저울처럼 산다고 느꼈다. 뭐든 꼭 양쪽이 똑같이 맞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이쯤 되니 더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을 마음이 사라졌다.
그는 대충 몇 입 뜨고는 배부르다고 말하며, 남기지 말고 대신 다 먹어 달라고 여수민에게 맡겼다.
여수민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양 볼 가득 파인애플 번을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하준혁은 괜히 이가 근질거렸다.
마침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하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여수민은 그가 정말 더 이상 먹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하고, 음식은 남기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한 입 한 입 천천히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김미숙의 전화인 것 같았다.
하준혁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다.
“네, 찾았어요. 배터리 다 됐더라고요... 길 가다가 떠돌이 고양이 한 마리 밥 좀 주느라 늦었어요. 지금 바로 들어가요...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부터 마음씨 좋았는데.”
여수민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귀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방금 그 떠돌이 고양이란 말, 혹시 내 얘기일까?’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마침 전화를 막 끊은 하준혁이 애매한 웃음을 머금은 눈으로 여수민을 보고 있었다.
또 무심코 엿듣고 말았다는 사실이 떠오른 순간, 여수민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먹는 데 집중하는 척 괜히 더 열심히 빵을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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