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여수민은 하준혁이 뒤에 서 있는 것도 모르고 고개 숙여 걸레를 빨고 있었다.
“기분 안 좋아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여수민은 놀라서 움찔했고 그 반응이 귀여웠는지 하준혁은 웃었다.
여수민은 황급히 거울 속 남자를 향해 손을 저으며 아니라고 표현했다.
하준혁은 거울 속 비친 둘의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키 큰 남자와 작은 여자가 포개진 듯한 장면이었다.
여수민의 머리카락 끝이 그의 턱끝과 스치 듯 가까웠다.
‘간지러워...’
“아까 봤어요. 여수민 씨가 한 게 아니더군요.”
여수민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만약 눈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분명 이렇게 묻고 있었을 것이다.
‘정말요? 그럼 왜 아까는 말씀 안 하셨어요?’
하준혁은 아래로 시선을 떨구며 여수민의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정수리엔 가르마도 보이지 않았고 은은하게 복숭아 향도 났다.
“어머니가 여수민 씨 앞길 열어주려고 애쓰는 거, 그쪽도 알잖아요. 케이크 하나 때문에 굳이 진실을 따질 필요는 없죠.”
사실 하준혁은 아까 누가 케이크를 엎질렀는지 보지 못했다. 내내 여수민의 가느다란 등과 조금만 숙이면 부서질 듯한 가녀린 허리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마른 듯 했지만 자세히 보면 뼈대가 작고 살집이 적당히 있어 허리와 골반의 라인이 아주 예뻤다.
그러니 케이크에 눈 돌릴 틈 따위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여수민은 덤벙거리며 음식을 엎을 성격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혼자 울까 싶어 하준혁은 조용히 덧붙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여수민은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김미숙이 허혜화를 소개해준 건 분명 그녀에게 미술계 인맥을 만들어주기 위한 배려였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케이크 하나 가지고 심성은이 고의였는지 아닌지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그녀는 허혜화의 딸이자 김미숙이 아끼는 아이였으니까.
여수민은 거울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구부려 고맙다고 손짓했다.
하준혁이 낮게 웃었다.
“수화로 ‘맛있다’는 어떻게 표현해요?”
여수민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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