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심성은은 이번엔 페라리를 몰고 엄마를 태웠다.
허혜화는 곧바로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평소에 좀 조용히 다니라니까. 나 데리러 오는데 왜 굳이 이런 차를 가져오니? 사람들이 얼마나 너희 아버지 자리를 눈여겨보는데. 괜한 구설 만들지 말아.”
“엄마 그림 한 점에 고작 몇 억 밖에 안 하고 또 다 공식 수입이잖아요. 아빠랑 오빠도 깨끗하고. 조사해도 나올 게 없는데 뭐가 문제예요?”
심성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
그러나 심씨 가문은 본래 저자세와 단정함을 미덕으로 삼는 집안이었다. 허혜화 역시 번잡한 걸 싫어하고 조용히 일하는 성격인데 딸은 왜 이렇게 명품, 슈퍼카, 사치품에 열을 올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잠시 고민하던 허혜화가 조심스레 물었다.
“오늘 케이크, 정말 네가 그런 거 아니지?”
심성은은 즉시 핸들을 꽉 쥐었다.
“엄마, 남들은 다 자기 자식 편인데 왜 엄마만 제가 하는 건 전부 의심부터 하세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고. 이모도, 준혁 오빠도 아무 말 안 했는데.”
“널 의심하는 게 아니라... 됐다.”
허혜화는 더 말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심성은은 어두운 표정으로 엄마를 힐끗 보았다.
무얼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그 벙어리 같은 애가 낫겠다 싶었다. 한 번 본 사이에 엄마 마음을 쏙 빼놓은 것 같으니.
그녀는 핸들을 내리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집에 도착하자 허혜화는 말을 섞을 생각도 없는 듯 곧장 위층 작업실로 올라갔다.
심성은은 소파에 주저앉아 짜증을 달래며 휴대폰을 켰다. 조금 전 단톡방에 올린 사진에 진서하가 이제서야 답장을 했다.
유리 너머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걸친 잘생긴 남자가 기기를 살피는 사진이 함께 왔다.
심성은은 바로 흥미가 당겼다.
[누구야? 우리 진 공주님께도 봄날이 왔네?]
하지만 진서하는 농담을 받지 않고 물음표만 잔뜩 보냈다.
[성은아, 아까 네가 보낸 그 여자, 혹시 이름이 여수민 맞아?]
한편, 김미숙은 미술관에 들러야 해서 먼저 나갔다. 사무실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