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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선생님은 이미 가셨는데 준혁 씨는 왜 아직 안 가셨어요?] 여수민이 공책을 살짝 들어 보이자 하준혁은 몸을 기울여 글자를 읽었다. 그러다 자연스레 그녀의 앞치마 군데군데 묻은 물감 자국을 훑었고 마지막엔 시선이 여수민의 얼굴에서 멈췄다. “여기, 물감 묻었어요.” 그는 웃었다. 지금의 여수민은 꼭 볼에 물감을 묻히고 돌아다니는 작은 고양이 같았다. 그녀는 민망해서 재빨리 손등으로 볼을 문질렀다. 그리고 가방을 뒤져 물티슈와 손거울을 꺼내 조심조심 닦아냈다. 하준혁의 시선은 한순간도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살짝만 문질러도 금세 붉어지는 뺨은 물감보다 더 짙게 상기되었고 뜨거운 기운은 귀를 따라 목덜미까지 번졌다. 여수민은 눈을 깜빡이며 도망치듯 몸을 돌렸다. 그리고 짐을 챙기고 앞치마를 벗은 후 남은 케이크까지 챙겨서 갈 준비를 했다. [준혁 씨,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불과 에어컨 끄는 거 잊지 마세요.] 하준혁이 느리게 웃었다. “교수님 대신 돈 절약하라고?” 여수민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갈 때 불을 끄는 건 좋은 습관이었으니까. 하준혁은 손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환하던 작업실은 칠흑처럼 어두워졌고 에어컨 소리도 뚝 끊겼다. 어둑한 공간 속에서 하준혁의 실루엣이 서서히 형태를 드러냈다. 그가 내뿜는 성숙한 남자의 기운이 훅 다가오자 여수민은 갑자기 긴장돼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희미하게 풍겨오는 그의 향도 조금 무서웠다. 오션 우디 향에 눈 내린 뒤 솔향이 은근하게 섞여 있어, 차갑고도 상쾌한데 또 지배적이고 강렬했다. 하준혁이 낮게 웃었다. “내가 뭐가 무섭습니까? 날 못 믿는 겁니까, 아니면 교수님을 못 믿는 겁니까?” 여수민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휴대폰으로 설명하려는 찰나 하준혁이 먼저 말을 이었다. “은인한테 이 정도로 대합니까? 교수님이랑 나, 대우가 너무 다른데.” 말투엔 차가운 기운이 스쳤고 그는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가 버렸다. 여수민은 황급히 뒤따라갔다.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 답답함에 눈썹이 잔뜩 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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