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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필요 없어요.” 하준혁은 낮게 웃으며 그 체리 상자를 꺼내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외국에 오래 있다 보니까 귀국하면 오히려 토종 것들이 더 땡기더군요.” 그러곤 바구니의 반대쪽 손잡이를 집어 들었다. “여긴 전부 수입품이니까 우린 저쪽으로 가죠.” 여수민은 그에게 끌려가다가 이 자세가 좀 아니라 싶어 슬며시 손을 뺐다. 하준혁은 그 순간 손에 힘을 조금 주었다가 시선을 가늘게 좁히며 그녀를 한번 보았다. 그래도 이 풀이 죽은 애한테 뭐라고 따질 마음은 없었다. 여수민은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기분에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물가가 정상인 코너에 도착하자 목까지 차올랐던 심장이 겨우 제자리로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어.’ 여수민은 생크림과 몇 가지 과일, 케이크 재료들을 골랐다. 심지어 꽤 비싼 달걀도 한 팩 집었다. 이건 지난번보다 훨씬 좋은 재료들이었다. 선생님과 은인에게 드릴 거라면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제일 좋은 걸 써야 한다고 여수민은 생각했다. 바구니가 금세 가득 찼다. 여수민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렸다. ‘이 정도면 돼.’ 지난달 수입이 괜찮았던 걸 떠올리며 작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써서 화면을 그에게 내밀었다. [내일 케이크 만들어서 작업실로 가져갈게요. 시간되시면 오셔서 드세요.] 하준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 케이크, 애초에 김 교수 거였군요.” ‘난 중요하지도 않나 보군.’ 여수민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두 분 드시라고 같이 만든 거예요.] 그 말에 불만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준혁이 대놓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짓자 여수민은 불안해져 시선을 떨궜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도망 모드를 키고 바구니를 낚아채 계산대로 향했다. 이것만 해도 20만원이 넘게 들 텐데, 집에 가서 얼마나 아까워하며 뒹굴게 될지 뻔했다. 그때 하준혁이 따라오더니 여수민의 휴대폰을 확 빼앗은 후 높이 들어올렸다. 여수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 뛰어올랐지만 그의 팔 길이엔 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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