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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하준혁은 신사적인 태도를 보이며 당황과 혼란에 빠진 여수민에게 즉시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고 감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이 커플이 이 일로 인해 분명 헤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수민은 주관이 뚜렷한 좋은 아가씨니까, 날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여수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두꺼운 껍질 속으로 몸을 숨기려 했다. 방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켜져 있지 않았지만 여수민은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너무 차가워.’ 그녀는 휴대폰을 몇 번이나 꺼내 보았지만 남민우는 그녀에게 메시지 하나 보내지 않았다. 그동안 그들이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는 시간을 다른 사람이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수민은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을 소파 커버에 파묻은 채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물속에서 건져 올려진 듯 축축했고 남민우의 우유부단함과 하준혁의 갑작스러운 고백은 두 개의 산이 되어 그녀를 짓눌렀다. 밤을 꼬박 새운 여수민은 지독한 두통에 시달렸지만, 간신히 일어나 샤워했다. 그녀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여수민은 휴대폰을 확인했고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다. 서둘러 확인해 보니 역시 남민우였다. [수민아, 잘 잤어? 밥은 먹었어?] 여수민은 눈이 시큰해졌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글자를 입력했다. [먹었어요, 오빠는 어디예요? 오늘은 집에 와요?”] 잠시 후, 남민우가 답장했다. [일단 요즘엔 못 돌아갈 것 같아. 지도교수님이랑 출장을 가서 학술 세미나에 참석해야 해. 돌아오면 너 보러 갈게. 수민아, 보고 싶어.] 여수민은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무의식적으로 눈물을 흘렸다. 예전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이제서야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넋이 나간 채 휴대폰을 끈 여수민은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직접 물어보고 답을 얻으면, 그다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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