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하준혁은 어머니가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고 잠시 뜰에 서 있다가 배달원이 가져다준 감기약을 들고서야 2층으로 돌아왔다.
여수민은 홀로 앉아 있었고 하준혁이 나타나자 벌떡 일어나더니 수첩에 몇 줄을 적었다.
그 모습을 보면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거절임을 알 수 있었다.
하준혁은 이미 짐작한 바 있어 표정은 평온했고 약을 탁자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약 먹어.”
그는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르며 덧붙였다.
“네 교수가 사 오라고 한 약이야.”
여수민은 고개를 저으려다가 이 말을 듣고는 한결 마음이 놓여 ‘감사합니다’라는 다섯 글자를 적어 수첩을 내밀었다.
하준혁은 미소 지으며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는 틈을 타 무심한 듯 몇 글자 훑어보았다.
“헤어지지 않았고, 남자 친구랑 너무 사랑하는 사이라고? 제안은 감사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하준혁의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었다.
여수민은 긴장했지만 용기를 내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바람을 피웠잖아.”
하준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네가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직접 들었잖아,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다시 말해 줘야 해?”
여수민은 할 말이 없었지만 헤어지든 안 헤어지든 그건 그녀가 하준혁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하준혁 씨와 만나볼 수 없어.’
하준혁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피식 웃었다.
“그럼 난 헛수고한 게 되는 건가? 몇 번이고 돈 쓰고 힘썼는데, 내가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여수민의 남자 친구가 무슨 짓을 했는데, 매번 다른 여자 옆에 붙어 다니고,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큰 이득을 챙겼잖아. 그럴 가치가 없을 텐데.’
“배은망덕한 놈.”
하준혁은 담담하게 욕했다.
그 말을 들은 여수민은 얼굴이 붉어졌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저는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갚지 않을 거예요. 열심히 돈을 벌어서 보상해 드려도 될까요?]
하준혁은 그녀에게 비꼬는 말을 하려다가도 그 시무룩한 얼굴을 보자 차마 그러지 못했다.
너무 고집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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