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수액을 다 맞은 여수민은 병상에서 잠들었다. 며칠 동안 네 시간도 채 자지 못했기에, 아무리 젊다고 해도 버틸 수 없었으며 심리와 신체의 이중 압박으로 여수민은 몹시 연약해 보였다. 남민우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잠시도 놓지 못했다. 단 며칠 못 봤을 뿐인데 이렇게 되어버린 모습에 남민우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틈틈이 여수민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진작에 핑계를 대고 집에 돌아와 돌봐줄 걸 그랬어. 그랬다면 수민이가 아플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남민우는 그저 그녀가 걱정할까 봐 염려했을 뿐이었다. 그날 자신을 때린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진서하의 말로는 여전히 찾지 못했다고 했다. 남민우는 자신이 누구에게 원한을 샀는지 알 수 없었고, 혹시라도 여수민에게 위험을 불러올까 봐 두려워 숨어 지냈다. 그는 몹시 후회했다. 밤까지 곁을 지키는데, 남민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한 후 복잡한 눈빛으로 전화를 끊었다. 몇 번 더 울리고 문자 메시지도 몇 통 도착하자 남민우는 아예 무음으로 설정해 버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여수민이 초점 없는 커다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깼어?” 남민우는 휴대폰을 넣어두고 여수민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고 일으키며 물었다. “수액 다 맞았으니까, 이제 집에 갈까?” 여수민은 고개를 숙인 채 끄덕였다. 돌아가는 길에 여수민은 창문에 기대 눈을 감고 선잠을 잤다. 남민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품에 안으려 했지만, 여수민은 그때마다 거부했다. 여수민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와 한 번도 수화를 나누거나 타자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얼굴에 난 상처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남민우는 은근히 불안했고 문에 들어선 후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여수민은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여수민은 침대에 쓰러졌고 극도의 피로감을 느꼈다. “수민아, 무슨 일 있어?” 남민우가 다가와 위에서 그녀를 덮치듯 몸을 숙이자 그림자가 그녀를 뒤덮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