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여수민은 맹미숙이 아끼는 제자였기에 가족과 다름없었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아 맹미숙과 구영자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하준혁이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계단에서 내려왔을 때, 뜻밖에도 여수민이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은 모습을 보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식탁으로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의 흔적이 선명했다.
“시차가 적응 안 되어서 그런 거 아니니?”
맹미숙이 물었다.
하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피곤하네요.”
“그럼, 밥 먹고 바로 쉬어.”
하도훈이 모두에게 수저를 들라고 신호하며, 특히 여수민을 향해 따뜻하게 말했다.
“수민아, 너도 많이 먹어. 네 교수님이 오랫동안 너를 대접하고 싶어 했는데 마침 오늘이 좋은 기회가 되었구나.”
여수민은 수줍은 듯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식탁 가득 차려진 음식 중에서 자신의 앞에 놓인 반찬들을 골고루 집어 먹었다.
하준혁은 여수민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모든 음식을 고르게 먹었기 때문에 하준혁은 그녀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여수민의 식사 예절은 매우 단정했고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마저 없는 듯 얌전하게 먹는 모습이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아마도 오늘 그녀가 식사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자신과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기 위한 의도인 듯했다.
하준혁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M국 쪽 회사 일은 잘 처리됐어?”
“네. 소란을 피운 사람은 이미 체포했고, 변호사팀이 나서서 처리하게 뒀어요.”
하도훈이 진지한 어조로 조언을 이었다.
“어쨌든 핵심 기밀은 네가 직접 관리해야 해. 다른 사람에게 빈틈을 보이면 안 된다.”
하준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듣자 하니 네가 최근 다온 부동산을 상대하고 있다는데? 무슨 일이야?”
하도훈의 물음에 여수민은 문득 손영후가 생각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하준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에는 원망이 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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