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여수민은 백화점에서 심성은과 허혜화를 마주칠 줄 몰랐다. 예전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던 명품점 몇 군데를 들려 보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조용히 명품점을 나서려는 순간 문간에서 마침 심성은과 허혜화를 만나게 되었다.
심성은은 허혜화의 팔을 끼고 명품점 안으로 웃으며 들어오다가 여수민과 부딪히자 본능적으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나 여수민을 알아본 심성은의 표정은 금세 밝아지며, 비웃듯 말을 건넸다.
“여수민 씨, 뭐 사러 왔어요? 샤넬이라도 사게요?”
허혜화도 어색하게 인사하며 말을 이었다.
“수민이 오랜만이야. 이런 데서 만나다니 반갑네.”
여수민은 급히 손을 저으며 글을 적어 보여주었다.
[뭐 사러 온 건 아니고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
심성은은 입을 비죽 내밀며 중얼거렸다.
“허세.”
허혜화는 별다른 말 없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여수민은 그들의 쇼핑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눈치 빠른 심성은은 여수민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트렌디 토이 숍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엄마, 먼저 구경하세요.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허혜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심성은은 한층 아래로 내려가 여수민이 무엇을 사는지 살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여수민이 사랑스러운 사자 인형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을 보았다.
심성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몰래 사진을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위층 샤넬 매장으로 돌아왔을 때 허혜화는 화보를 넘기고 있었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어서 골라 봐.”
심성은이 가방 하나를 고르자, 허혜화는 계산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하고 싶다는 대로 다 해줬으니 이제는 공부나 제대로 해. 친구들이랑만 놀지 말고. 알겠지?”
심성은은 마음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드러내지 않은 채 애교를 부리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녀 사이는 본래 마음을 터놓을 만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허혜화는 딸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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