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다음 날 오후 여수민은 마침내 케이크를 완성했다. 어제 울었던 탓인지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마스크를 끼고 만드는 동안 몇 차례나 기침했다.
김미숙의 말에 따르면 하준혁은 남자 친구들과 함께 생일을 보낸다고 했다.
달콤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여수민은 4인분 크기로 케이크를 만들어 상자에 담았다.
백화점에서 사 온 작은 사자 인형도 함께 선물하기로 했다. 빚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하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고양이였는데 여수민은 사진을 확대해 살펴보았다.
고양이가 앉아 있는 탁자 위에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고양이에 가려 반쯤만 보이긴 했지만 하준혁의 어린 시절 사진인 듯했다.
사진 속 소년은 키가 훤칠했고 차가운 눈매에 교복을 입은 채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음을 띠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정장 드레스를 입은 작은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나이 차이로 보아 하준혁의 의붓여동생 심성은인 것 같았다.
여수민은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심성은이 화실에서 흘린 약혼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부모님끼리 한 말이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으나 양가 모두 그런 뜻이 있는 것 같았다.
여수민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하준혁이 또다시 선을 넘는 말을 꺼낸다면 이번 기회에 분명히 말해두려 했다.
프로필 사진 화면을 닫자마자 하준혁의 답장이 도착했다.
[집이야?]
[네. 하준혁 씨는 어디세요? 제가 가져갈까요, 아니면 배달 센터를 부를까요?]
[기다려. 20분 뒤에 내가 가지러 갈게.]
기다리는 동안 여수민은 탁자 앞에 앉아 일러스트를 그렸다.
20분이 지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여수민이 하준혁이 왔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려는 순간 남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민아, 문 좀 열어줘.”
남민우는 우유와 채소, 과일이 가득 담긴 두 개의 봉투를 들고 있었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여수민을 보자마자 그는 곧바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수민은 남민우와 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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