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말을 마친 하준혁은 눈을 감고 아예 단잠을 청하려는 듯했다.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여수민의 비장의 무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여수민에게야 하늘 같은 스승님이지 하준혁에게는 어머니였다. 그러니 설령 노발대발 꾸짖는다고 한들 얼마나 심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준혁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그 불똥은 여수민에게 튈 것이었다.
그리고 여수민은 김미숙의 마음속에 불편한 응어리로 남게 될 것이다.
김미숙의 다정한 가르침을 영영 잃게 될지도, 더는 그녀의 온화한 미소를 볼 수 없을지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부드러운 손길을 다시는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수민은 속이 타들어 갔다.
정말이지 감히 다스릴 수 없는 공포였다.
여수민은 멍하니 넋을 놓은 채 손을 뻗어 하준혁의 팔을 흔들었다. 그가 얼른 눈을 떠서 자신의 간절한 애원과 무력감을 봐주길 바랐지만 하준혁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준혁은 여수민이 감히 그런 배짱을 부리지 못할 것을 이미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았다.
여수민의 속에는 순식간에 울분과 무력감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하준혁의 무릎에 도로 내려놓고 반대편으로 움직여 문에 몸을 기댔다.
당장이라도 울어버리고 싶었으나 이를 악물고 울음을 삼켰다.
하준혁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곁눈질했다. 이렇게 약해빠졌으니 사람들한테 괴롭힘이나 당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목적지로 가는 내내 두 사람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차는 곧바로 금진의 한 부두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일곱 시가 넘어 어스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부두에는 호화로운 요트 한 척만 정박해 있었고 차에서 내린 하준혁은 여수민 쪽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내려.”
여수민은 하준혁의 강압적인 태도를 이미 한 차례 경험했기에 더는 거절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차피 거절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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