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어릴 적부터 더없이 착해서 사람들 눈에 들지 않은 적이 없었고 주위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었다.
워낙 천진하고 맑아서 자꾸만 장난을 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아이였다. 볼은 어찌나 말랑하고 찐빵 같은지 보는 사람마다 꼬집어 보지 않고는 못 배겼다.
만약 아무 탈 없이 자랐다면 아마 딱 지금의 여수민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심승욱은 넋을 잃고 여수민의 얼굴을 한참이나 더 바라보았다.
하준혁이 굳은 얼굴로 여수민을 가로막아 시야가 차단당했을 때에야 심승욱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심승욱은 어릴 적부터 한 번도 변한적 없는 하준혁의 억지와 고집에 못 말린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어릴 때 자기 사촌 여동생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사람이 바로 하준혁이었다.
어찌나 끈질기게 괴롭혔는지 매번 그 어린 애를 울게 했다. 하준혁에게서 괴롭힘을 당한 후에는 어김없이 서럽게 울며 심승욱과 그의 어머니의 품에 파고들었다.
“오빠 나빠!”
하준혁을 원망하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랬던 하준혁이 다 커서는 또 말 못 하는 여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심승욱은 굳이 하준혁과 따지고 싶지 않아 먼저 여수민에게 친절하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심승욱이에요.”
서재헌은 여수민을 몇 번 더 보고 싶었지만 하준혁이 하도 심하게 싸고도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그는 아쉬운 대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서재헌이요. 저희 만난 적 있죠?”
여수민은 하준혁의 등 뒤에서 고개를 내밀어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찰나에 머리를 빠르게 굴린 여수민은 김미숙에게서 심승욱이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 있음을 기억해냈다.
허혜화 거장의 아들이자 심성은의 친오빠 같았다.
선입견일지는 몰라도 여수민은 심승욱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심승욱의 허혜화를 닮은 온화한 기품과 시원하게 뻗은 눈매가 좋은 인상에 한몫한 듯싶었다.
꾸며내지 않은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서재헌에 대해서는 그가 하준혁에게 주사를 놓아주던 만월의 의사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 능글맞고 매력적인 눈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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