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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성준수가 모퉁이에 서서 성지영의 외투를 들고 있었다. ‘성지영 옷 가지러 온 건가?’ 진초연의 마음은 더욱 차갑게 식었고 그녀는 벽을 꽉 붙잡으며 대답했다. “뭐 다른 신분이 있겠어. 난 그저 말 잘 듣는 비서일 뿐이잖아?” 성준수는 눈썹을 찌푸리며 예쁜 눈매를 가늘게 뜨더니 잠시 후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했다.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다음엔 지영이를 화나게 하지 마. 너와 걔는 신분이 너무 달라. 넌 그저 비서일 뿐이야.” 반복해 강조하는 말이 진초연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찰싹, 성준수의 손을 무겁게 뿌리치며 진초연의 창백한 얼굴에 비웃음이 스쳤다. “성준수, 필요할 때는 날 달래면서 단지 비서일 뿐이라 널 위해 항상 나설 필요가 없고 다치지도 말라더니, 성지영이 돌아오자마자 날 순종하는 개로 여기면서 죽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네. 당신이 안타깝게 생각하던 내 신분도 순식간에 날 싫어하는 이유가 되어버렸어.” 절망스러운 진초연의 눈물에 성준수는 왠지 모를 짜증이 밀려와 한참 동안 침묵한 후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얌전히 굴어. 넌 비서가 맞잖아. 지영이와 비교가 안 돼.” 그 말에 진초연은 더욱 짙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콧방귀를 뀌며 말없이 돌아섰다. 겨우 하루 쉰 다음 진초연은 또 한 통의 전화에 성지영의 별장으로 불려 갔다. 이번에는 성준수도 함께 있었다. 그녀는 성지영이 그의 옆에 앉아 재잘거리며 쉬지 않고 떠드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해외에서 경험했던 아름다운 추억에 대해 떠들고 있었는데 성준수의 얼굴에는 다정한 애정이 가득했고 눈빛은 강렬한 열기를 머금었다. “봐, 이렇게 펑! 한 발에 바로 맞췄어.” “우리 지영이 대단하네. 국내에도 사격장이 있는데 내가 데려가 줄까?” “좋아, 좋아!” 말을 마친 성준수가 일어서더니 그제야 문가에 서 있는 진초연을 발견했다. 그는 성지영의 손을 잡으려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움츠렸다. 하지만 이내 성지영이 다가와 성준수의 팔을 꼭 껴안았다. 그녀의 부드럽고 하얀 살결이 남자의 깔끔한 양복에 스쳤다. 성준수의 표정이 살짝 움찔했지만 그는 밀어내지 않았다. 성지영의 눈빛은 도발 그 자체였다. 사격장에서 성지영은 이것저것 고르다가 반동이 강한 총을 골랐다. 안전 요원이 몇 번이고 말렸지만 성지영은 듣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집스럽게 발을 구르며 말했다. “왜 호들갑이야. 반동이 세면 비서가 날 보호해 주면 되잖아!” 말하며 성지영은 진초연을 보고 히죽거렸다. “진초연 씨, 내 뒤에 서서 날 지켜줘요.” 진초연은 믿을 수 없었다. 강한 반동은 팔을 부러뜨릴 수도 있는데 어깨만 지켜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지영은 듣지 않았다. 안전요원이 진초연에게 귀마개를 씌우려 하자 성지영이 낚아챘다. “그냥 비서에게 이런 걸 쓰라고 하는 건 낭비지.” 그녀는 오만하고 악랄하게 웃으며 발로 진초연의 귀마개를 밟아 부숴버렸다. 그런데도 성준수는 여전히 침묵했고 그저 옆에서 방관하기만 했다. 진초연은 모든 분노를 참으며 성지영 뒤에 섰다. 탕!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고 순간 성지영은 강력한 반동으로 밀려났다. 그녀는 뒤로 물러서며 팔꿈치로 일부러 세게 진초연의 얼굴을 내리쳤다. ‘아프다, 너무 아파!’ 이어서 찾아온 것은 윙윙거리는 이명이었다. 진초연은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지만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진초연은 멍한 상태에서 성준수가 말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그의 천천히 움직이는 입술과 살짝 꾸짖는 듯한 표정만 보였다. 손에 뜨끈한 게 느껴져 고개를 숙여 보니 선명한 핏빛이 눈에 찔러왔다. 코에서도 한 방울이 흘러나와 땅에 툭 떨어졌고 점점 더 많은 피가 흘러나오며 색도 더 진해져 갔다. 털썩. 진초연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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