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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낮부터 이리 분주히 움직이셨으니 요기라도 하시옵소서.” “방 안에 빠진 물건은 없는지 오라버니와 다시 한번 살펴보겠사옵니다.” “예, 그리하시지요!” 가마꾼이 손에 든 찐빵을 받아 한입 베어 물자 눈을 번뜩이며 말하였다. “아가씨 솜씨가 참으로 훌륭하시옵니다. 찐빵집을 내셔도 손님이 줄을 서겠나이다!” 강청서는 소매 끝으로 입가를 가리며 가볍게 웃었다. “그리한다면 꼭 들러주시겠지요?” “그야 물론이지요, 반드시 찾아뵙겠나이다!” 종이봉투 속에는 찐빵이 세 개 들어 있었다. 강청서가 자리를 뜨자 가마꾼은 허겁지겁 하나를 삼킨 뒤 남은 둘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는데 문득 그의 앞에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햇살을 가로막은 이는 준수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건장한 사내였다. 냉기가 서린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가마꾼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사내의 허리에 찬 양지옥 패옥을 보고서야 그는 이 사내는 감히 거스르면 안 될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입속에 남은 찐빵을 간신히 넘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이현익은 말없이 그의 손에 은 한 동이를 쥐여주며 찐빵을 가리켰다. 가마꾼이 잠시 멍하니 서 있자 곧이어 또 은 한 동이가 날아들었다. 사내의 눈빛은 갈수록 위협적이었다. 가마꾼은 몸을 부르르 떨며 얼른 손에 들고 있던 찐빵을 내밀며 울상으로 말했다. “귀하신 분의 은전을 어찌 감히 받을 수 있겠사옵니까. 이 찐빵은 그냥 작은 정성이라 여기시옵소서.” 이현익은 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따가 어디로 옮긴다 하였더냐?” 가마꾼은 순간 얼이 빠졌다. 이번에는 아예 은표 한 뭉치를 내밀었다. 그 은표에 눈이 휘둥그레진 가마꾼은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향 거리 열세 번째 집으로 갑니다.” 이현익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을 돌리며 낮게 일렀다. “오늘 일 입 밖에 낼 생각 말거라.” 그렇게 말한 뒤 믿기지 않는 표정의 가마꾼을 뒤로하고 인근의 별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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