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여미주의 눈동자가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모든 흥미와 기운을 잃었다.
“피곤해. 숙제는 다음에 할게.”
그녀는 머리맡 서랍에서 여자용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진우진도 몸을 일으키더니 입으로 손목의 단단한 매듭을 풀었다. 그녀가 또 담배를 피우려는 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낮에 담배 때문에 징계까지 받게 생겼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불을 붙이기도 전에 진우진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진우진의 완벽한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어졌다. 목소리는 또 아주 매혹적이었다.
“자기야, 담배 피우지 말고 나랑 놀자.”
여미주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버리더니 그의 손을 가차 없이 뿌리쳤다.
“변태 같은 자식, 지금 상 줄 기분이 아니야.”
진우진이 코웃음을 쳤다.
“욕이 다 떨어졌어? 좀 새로운 욕이 없어?”
“이젠 인간의 언어로는 당신의 뻔뻔함을 표현할 수가 없어.”
진우진은 여미주가 물었던 담배를 빼앗아 반으로 부러뜨린 다음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러고 나서야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맞는 걸 좋아해서 순순히 맞아준 것 같아? 오늘 네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기분 좀 풀라고 봐준 거야.”
“...”
여미주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속에 젖은 솜뭉치가 꽉 들어찬 것처럼 답답했다.
진우진은 항상 그녀의 억울함을 다 보고 있었으나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진 않았다.
무슨 문제인지 알면서도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저 능글맞게 웃으며 덮고 넘어가려 할 뿐이었다.
썩어가는 상처에 진통제만 뿌려 대는 격이었다. 아프진 않지만 상처는 계속 있었고 점점 더 곪아갔다.
여미주가 울음을 꾹 삼키며 말했다.
“진우진, 나 진짜 이혼하고 싶어. 아이 낳아주는 거 빼고 다른 조건은 뭐든 다 들어줄게.”
진우진의 얼굴이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점점 어두워졌고 목소리도 음산해졌다.
“하필 이런 때 이런 분위기 깨는 소리를 해야겠어?”
여미주는 말없이 다시 서랍을 열어 담배를 꺼냈다.
진우진의 기운이 무겁게 내려앉더니 담뱃갑을 빼앗아 한 개비씩 부러뜨린 다음 쓰레기통에 던져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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