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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배석우는 배씨 가문 도련님으로 신분이 높았다. 여미주는 자신이 배석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그에게 억지로 결혼을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 단지 대외적으로 약혼만 하고 일정 기간 유지할 것을 부탁한 뒤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하는 대로 약혼을 파기할 생각이었다. 배석우는 성격이 온화하고 마음이 착해 그녀를 도울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배석우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지만 배석우는 약속을 어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야 유학을 떠나 연락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약을 탈 생각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이미 술에 손을 썼을 줄이야. 어쩌다 보니 무고하게 약에 취한 진우진과 밤을 보내게 되었다. 아직도 당시 어떻게 식당에서 진우진과 엮이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약을 타서 침대로 데려간 일은 라임 상류층에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배석우도 이미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여미주는 함주원 일당이 자신을 어떻게 보던 상관하지 않았지만 배석우는 신경이 쓰였다. 차마 그를 마주할 면목이 없었다. 배석우는 결혼하기 전 제일 착하고 신사적으로 대해준 남자였다. 하지만 3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배석우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곧 집안의 제약 산업을 물려받아 피라미드 정점에 설 것이다. 한편 여미주는 진우진과 이혼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갈 운명이었다. 앞으로 배석우와는 깊게 교류할 일이 없었다. 그 생각에 여미주는 괜히 뜨끔한 마음을 달래며 미리 갖춰둔 보르도 레드와인과 와인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배석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잔 두 개 주세요.” 여미주가 멍하니 있으니 배석우가 웃으며 설명했다. “미주 씨와 앉아서 한잔 기울일 영광이 있겠는지 모르겠네요.” “도련님, 죄송하지만 승무원은 근무 중 음주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배석우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실수했네요. 그럼...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건 괜찮죠?” 앞쪽 두 좌석의 조명등이 켜졌다. 여미주는 틈을 타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깊이 고개 숙였다. “죄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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